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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 직원, OLED 기술 중국 유출 시도에 집유…"처벌 약하다" 지적도
중국 업체에 갤럭시 기술 넘기는 조건으로 연봉 2억원 보장받아
법조계 "영업비밀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합의되는 경우 많아"
2020-02-03 17:05:41 2020-02-03 17:05:41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덕산네오룩스의 전현직 직원들이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회사에 갤럭시 핵심기술을 유출하려다가 적발돼 최대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는 이른바 '산업스파이'들에 대한 처벌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면서 처벌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법원 등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덕산네오룩스에 재직했던 A씨는 거래회사 B씨로부터 회사의 인원과 설비 등을 애용해 중국 길림OLED 디스플레이의 성능평가를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4회에 걸쳐 이를 들어준 다음 현금 600만원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후에는 조직개편, 인사 불이익 등을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면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OLED 산업기술을 몰래 빼내 중국에 있는 동종 업체에 이직하기로 마음먹었다. OLED 관련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A씨는 부하직원인 C씨를 시켜 회사의 영업비밀인 산업기술 파일 수십 개를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유출했다. A씨는 길림 OLED 대표 등과 만나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제조하는 갤럭시 휴대폰의 소자 구조, 소자에 적용된 재료의 코드에 대한 정보 등을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설명하기도 했다. A씨는 프리젠테이션 당시 재료합성, 소자, 특허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이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에게는 연봉 2억원, 함께 이직할 수석연구원 D는 1억5000만원, 소자 담당 책임연구원 E에게는 1억3000만원을 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연봉 규모도 제시했다. A씨는 중국의 길림OLED 뿐만 아니라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 등에도 이직 요청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송승용)은 A씨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배임수죄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출한 파일들은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에게 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상 배임죄는 산업기술 자료가 유출된 후 실제로 사용되거나 제3자에 전달되지는 않은 점, A씨가 이직에 성공해 실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는 못한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이직을 시도했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A씨에게 내부 정보를 전달했던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국 OLED 업체들이 한국의 OLED 기술력을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협력사들이 줄줄이 핵심기술을 유출에 가담하자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톱텍 사장 방모씨 등 11명이 플렉서블 OLED 생산설비 및 기술자료 등을 중국 BOE 등 4개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검거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은 당시 3년간 6조5000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직원들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협력사와 비전옥스 등으로 이직하려다가 발각돼 법원으로부터 저지당했다.
 
국가의 핵심기술이 지속적으로 외부 유출되는 데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등에 따르면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영업비밀을 빼돌려 회사에 실제 피해를 입혀도 10%도 안 되는 피고인만이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대부분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치고 있고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영업비밀인지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진 적이 많아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게 보일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술유출 범죄로 인해 피해회사는 많게는 수조에 달하는 금전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처벌 수준은 낮아 범죄가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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