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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 차주들에 1백만원씩 배상"
법원, 세 번째 민사소송 판결…"정신적 손해만 인정"
2020-01-16 17:37:01 2020-01-16 17:37:01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해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 법원이 차량 1대당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내 피해 차주들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세 번째 판단이다. 법원은 다만 이전 두 번의 판결과 같이 차주들의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조미옥)는 16일 안모씨 등 차주 1299명이 폭스바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차량 1대당 100만원으로 신차 매수인 외에 중고차 매수인, 리스 이용자에게도 동일한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관련 부당 표시·광고행위가 나타난 팸플릿.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폭스바겐의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부분 인정하고, 후속 리콜 조치의 내용, 광고나 표시의 내용과 기간 등을 비춰 차주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내 수입사는 차량들이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고 친환경적인 디젤엔진을 장착했다고 장기간 광고했는데, 이는 표시광고법상 거짓·기만에 의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제조사들의 위법한 인증시험 통과, 환경부의 인증취소 등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브랜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차량 제조사와 국내 수입사는 소비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전 판결들과 같이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표시·광고로 인해 원고들의 차량 소유 또는 운행에 어떤 지장이 있다거나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등 원고들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인증 여부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를 좌우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기망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차량의 배출가스량 또는 적법한 인증이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여부를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통상적인 소비자들이 차량의 승차감, 안전성, 연비, 상표, 디자인, 가격대 등의 사항을 고려해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점 등에 비춰 차량의 배출가스량이나 인증시험의 적법한 통과 여부가 차량 구매 여부에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 판매한 경유차 1100만대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불법 소프트웨어 저감장치를 차에 장착해 실내 인증시험을 교묘히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스바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EGR(배출가스저감장치)을 조작한 유로5 기준 폭스바겐·아우디 차량 15종 약 12만대를 국내에 수입·판매했다. 이에 폭스바겐 구매자 등은 차량 제조사(폭스바겐 아게·아우디 아게), 국내 수입사(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판매사들(딜러회사)을 상대로 차량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7월 가장 먼저 선고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디젤차량 구매자 123명이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차량 매매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선고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는 차주 2400명이 폭스바겐에 대해 낸 소송에서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1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말했다.
 
법원은 세 번의 판결을 통해 모두 피해 차주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피해차주의 재산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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