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도 고객"...상생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는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의 '신경영' 일환...장비·교육·특허 등 핵심 인프라도 공유
2020-01-02 06:36:19 2020-01-02 06:36:19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SK하이닉스의 사회적가치(SV) 창출 전략은 △환경보호 △반도체 생태계 강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3가지 큰 틀에서 가치사슬(밸류체인)의 틀을 변화시켜 근원적 성장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을 추구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고객의 재정의'였다. 기존에 막연하게 함께 가야할 대상으로 여겼던 협력사와 지역사회를 '고객'이라는 단어로 특정짓고, 어떻게 이들과의 동반 성장을 추구할지에 대해서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 이들과의 상생이 궁극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처음 관련 조직이 설립된 이래 SK하이닉스 안팎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협력사들과의 수직적인 문화를 격파하고 관계를 재정립해가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운동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맞잡는 사례도 생겨났다.
 
(왼쪽부터) 조성봉 SV전략팀장, 박주찬 SV담당 공유인프라팀장. 사진/뉴스토마토
 
 
3년차 접어든 SV담당 조직...사회적 가치 창출 첨병 역할
 
SK하이닉스의 변화를 주도하는 SV담당 조직의 조성봉 SV전략팀장(TL), 박주찬 공유인프라팀장(TL)을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 분당 사옥에서 만났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SV담당' 은 2018년 1월1일부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관계사들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분산돼 있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중앙집결하고 객관·구체화시켜 기업의 정체성으로 자리잡도록 하자는 최태원 SK 회장의 '신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해당 부서에는 경영 전략에서부터 생산라인 담당자들까지 다양한 현업 종사자들이 모였다. 자기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성장의 과도기'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플랫폼적 특성에 따라, 최근에는 젊은 세대 사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생산관리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박주찬 SK하이닉스 SV담당 공유인프라팀장(TL)은 "회사의 가치 실현을 위해 선봉에 나서서 불모지를 개척해 보겠다는, 일종의 용병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SV 활동의 특성상 처음부터 모든 과정이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조직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두 가지 가치가 상충할 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사내에서 가지고 있던 견고한 인프라를 회사 밖으로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며 "사고를 바꾸고 나니 그 다음에는 시스템과 설비 장치들이 외부로 나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감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이 잘 사는 것이 기업 또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최 회장의 뜻은 견고했고, 그 과정에서 단기적인 손실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격려에 동력을 얻었다. 그 이면에는 현재의 비용보다 장기적인 성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됐다. 
 
"상생만이 살 길"...협력사와 핵심 인프라도 공유
 
SK하이닉스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한 기초 교육부터 '분석/측정 지원센터', 'SV파트너십 컨설팅' 등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플랫폼들을 공유·제공한다. 협력사의 기술 강화가 다시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특히 최종 필드테스트에 사용되는 고사양 장비를 개발 중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협력사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박 팀장은 "장비를 사갈 업체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고사양 장비로 3개월마다 시험할 수 있게 되니 그 단계만 통과하면 이전까지의 과정은 보증이 되는 셈이어서 협력사들은 안심하며 개발을 계속할 수 있고, 전체 개발기간도 단축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장비 국산화를 통해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퀄리티가 보증돼 윈윈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협력사에 특허와 교육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SK하이닉스는 '특허 재테크'라는 워크샵을 통해 특허에 대한 글로벌 분쟁 해결 노하우를 전수하고, 협력사들이 가진 특허 관련 애로사항을 상담해주는 맞춤형 컨설팅 창구를 마련했다. 또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특허들도 무상으로 공유한다. 아울러 자사의 교육 공유인프라 포털 사이트를 협력사들이 자체 플랫폼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4월 첫 설명회 당시 가입사 40여개에 불과했던 해당 인프라에는 현재 250여개사, 50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교육 수강생도 지난 한해 동안 1139명에서 올해 2400명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박 팀장은 "협력사들이 신청해서 교육을 받으러 오기도 하고, 원하는 날짜와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플랫폼을 자사의 플랫폼처럼 활용할 수 있어 자체 교육 프로그램 체계를 하나 갖춘 효과를 갖게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협력사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상생 활동에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석희 CEO의 협력사 방문에 동행했던 박 팀장은 "수직적이었던 협력사와의 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감흥이 남달랐다"며 "CEO가 직접 찾아가 옆자리에서 친구처럼 술을 마시고, 주니어 직급의 사원에게 돌발 질문과 제안까지 받는 모습은 이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한 장비업체 엔지니어가 이 CEO와 사진을 찍으며 "2년간 개발한 장비를 구매할 기업의 CEO와 사진을 찍는다니 행복하다"고 표현하자, 그가 "SK가 추구하는 게 '행복'인데 당신은 이미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협력사 유진테크를 방문한 이석희 CEO(맨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SK하이닉스

2020년에는 '사회적 경제' 지원 정책에 포커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는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사회적 경제 지원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조 팀장은 "사업과 연계된 모델을 찾으려고 했지만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아직 고도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직접적으로 우리 사업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당장 적용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더 많은 공감대 형성과 가치판단 기준 확립에 대해서도 지속 힘쓸 예정이다. 박 팀장은 "공유인프라를 진행하면서 기존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측정이나 수치에 대해 학습하고 내제화하는 것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구성된 상상타운, MS책자, KPI 등의 체계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보급할 방침이다. 
 
박 팀장은 끝으로 "처음에는 나조차도 이론적으로 가능할까 싶었는데 현장에서도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본능이 다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착한 것의 문제가 아니라 옳은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 숨어있는 욕구에 대해 명분을 준다는 측면에서 사회적가치 플랫폼이 잘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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