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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함께 잘사는 나라 크게 기여할 것"(종합)
"입법부 수장 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 있었다…국민 통합화합 능력 더욱 중요"
2019-12-17 14:40:00 2019-12-17 15:08:5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브리핑하고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면서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면서 "정 후보자는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000억 불 시대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며 "무엇보다 정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에게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3일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당시 헌법기관장들과 차담을 마친 후 오찬장인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세균 총리후보자는 6선 의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임명되는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정 후보자는 1950년 11월5일 전북 진안 출생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쌍용그룹에 입사, 미국 주재원을 거쳐 수출부분 상무를 지냈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정치에 입문해 15대부터 18대까지 고향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대 때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홍사덕·오세훈 등 야권 거물들을 연거푸 꺾고 잠재적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원내대표와 당 의장 대행을 맡았고, 2006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산업자원부장관을 맡는 등, 실물경제와 정무능력, 정책수행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정 후보자가 실제 국무총리에 임명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국무총리는 여타 장관과 달리 국회 인준 동의가 필수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여기에 야권에서는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가는 것은 국회무시인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한편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처음부터 정 후보자를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낙점하고 지난 10월부터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총선출마 의지가 강했던 정 후보자는 국무총리직에 김진표 의원을 추천했고, 김 의원과 청와대도 동의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총리내정' 사실이 알려지고 그의 '보수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문 대통령 핵심지지층 사이에서 커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김 의원은 총리직을 고사했고, 청와대는 다시 정 후보자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다.
 
정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가 김진표 의원을 밀었다"며 "김진표 불똥이 나한테 왔다"며 곤혹스러워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부탁하는 등 '삼고초려'를 하자 고심 끝에 총리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2019년 신사의원베스트10 선정된 가운데 시상식을 마치고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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