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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게임산업에서 나온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2019-12-02 08:00:00 2019-12-02 21:39:49
지난 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게임쇼 지스타(G-Star) 2019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스타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행사 총 방문자가 24만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통계를 보니, 2017년 기준 국내 게임 시장은 13조원이 넘고 수조원 매출을 내는 게임 회사들이 여럿 나왔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이었던 게임 회사들이 급성장한 것이다. 또한 게임산업에서 만들어진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산업으로 전이되고 있는 양상도 관찰된다. 과연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생기고 다른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을까?
 
1990년대 말 인터넷 도입 초기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였다. 또한 불법 복제물도 많이 유통됐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던 디지털 콘텐츠 중 게임이 최초로 유료화에 성공했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NC소프트의 리니지와 같은 초기 온라인 게임은 정액제 방식을 택했다. 특히 오랜 기간 캐릭터 육성이 필요한 MMORPG들은 대부분 정액제 요금제를 채택했다. 정액제 요금제는 매달 월 2만~3만원 고정 금액을 지불한 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캐쥬얼 게임이나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선 게임은 정액제 요금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기 어려웠다. 사용자들이 장시간 투자해서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고 부분유료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 부분유료화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게임 내의 아이템 및 추가적인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최초의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은 넥슨의 캐주얼 게임 ‘퀴즈퀴즈’에서 실험됐다. 여러 사용자들이 동시에 퀴즈를 푸는 게임으로 퀴즈퀴즈는 서비스 2개월만에 10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출시 초기 무료였던 퀴즈퀴즈는 서비스 3개월 만인 2000년 1월 정액제 형태로 유료화로 전환했다. 하지만 유료화는 실패하고 유료화 직후 70%의 이용자가 게임을 떠났다. 당시 퀴즈퀴즈를 즐겼던 이용자들은 게임에 돈을 쓸 준비도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온라인 커뮤니티 인기 사이트인 프리챌 (Freechal)도 잘못된 유료화 도입으로 이용자들이 거의 모두 탈퇴하고 말았다.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 도입은 사업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상품을 제공해 이용자 저변을 충분히 확보하고 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은 후 유료의 추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얻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게임 분야에서 처음 만들어진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는 드랍박스, 스포티파이, 에버노트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이 영어로는 보통 Freemium이란 용어로 사용되는데 Free와 Premium의 합성어이다. 사실 이 용어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한국 게임 분야에서는 Free to play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최근 급성장 중인 웹툰,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 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Wait or Pay)’ 비즈니스 모델 또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게임 아이템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애니팡에서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서로 하트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 강화 효과를 이끌어내었을 뿐만 아니라, 하트 충전을 위해 일정시간 무료로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도록 디자인됐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새로 공개된 웹소설, 웹툰의 에피소드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도 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축산물 유통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미트박스의 창업자도 게임산업 출신이다. 미트박스는 축산물 유통 직거래 플랫폼으로 ‘생산자-중간유통업자-소비자’ 기존 3단계 유통시스템을 ‘생산자-소비자’로 단순화시켰다. 또한 표준화된 박스를 사용하고 시세를 실시간 반영하여 최대 30% 원가를 절감한 가격에 축산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축산물 유통산업 혁신에 도전 중이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빠른 성장을 해왔다.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게임회사들이 조립 PC 몇 대로 창업하여 시작했지만, 지금 한국 게임산업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게임산업의 건승을 기원해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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