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윤석열, '조국 사태' 후 첫 대면…시선 피하며 긴장감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에 해석 분분
입력 : 2019-11-08 16:52:35 수정 : 2019-11-08 16:53: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면한 자리에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 가운데 40%가량을 검찰개혁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윤석열이 아니어도"라고 말한 것을 두고선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선 총장 교체도 불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날 회의엔 문 대통령 외에 부패방지 관련 기관장 및 관계장관 등 총 33명이 참석했으나 가장 큰 관심은 윤 총장에게 쏠렸다. 앞서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검찰개혁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보인 바 있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처음이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기 위해 회의장을 한 바퀴 돌면서 자신 앞에 서자 고개를 숙이고 굳은 표정으로 깍듯하게 인사했다. 악수는 잠깐이었고 둘 사이엔 대화가 없었으나 서로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 처음부터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시작 전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건 검찰개혁이었다. 회의엔 윤 총장 외에 30여명의 기관장 및 장관이 참석했으나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 2308자 중 901자를 검찰개혁 및 검찰 조직을 겨냥한 전관예우 근절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전관예우에 관해선 "퇴직 공직자들이 과거 소속됐던 기관과 유착해 수사나 재판, 민원 해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 전관특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이라며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검찰개혁에 대해선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윤석열' 이름을 직접 호명해 강조했다. 이 발언은 앞서 조 장관을 언급할 때와는 뉘앙스가 달라 문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해석이 다분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후 그에 관한 사퇴요구가 거론됐을 땐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면서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라는 말은 검찰개혁이 시스템적으로 정착되는 것을 강조한 동시에 개혁 완수를 위해선 총장 교체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윤 총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진행되는 중 문 대통령의 시선을 피한 채 대부분 시간 동안 고개를 숙이며 경청하거나 메모를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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