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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엎은 김정은…남북경협 기로
"너절한 남측시설 싹 들어내야"…선친 김정일 정책 이례적 비판도
2019-10-23 15:52:30 2019-10-23 15:52:3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 협력의 상징처럼 추진돼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대기로에 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금강산 관광은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1998년 11월 시작해 2005년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2008년 7월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 문구'가 명시됐고,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측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남측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력이 여릴적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선대의 유훈'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선친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남북경협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의 새로운 수립과 인근에 다양한 관광지구 건설 등을 지시했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선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도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북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북한에 동결돼 있는 우리측 민간 자산은 해금강 호텔 등 호텔 3개동과 부두, 직원숙소동, 휴게시설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아산은 5597억원을 투자해 해금강-원산지역 관광지구 토지 이용에 대한 50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설에도 2268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 측은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남북, 북미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이후 개성공단 문제까지 들고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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