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핵심은 피고용성 인정 여부”
노동자 53만명 차지, 기존 법망 사각지대 놓여
입력 : 2019-10-16 15:51:37 수정 : 2019-10-16 15:51:3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노동과 서비스를 디지털을 통해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시장이 늘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이란 승강장(플랫폼)처럼 다수가 이용하는 스마트폰, 앱스토어 등을 활용해 노동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형태를 말한다. 기존과 달리 디지털 경제 발달로 노동이 작은 일거리로 쪼개지면서 소비자는 운송·배달·이동·청소대행 등을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결과,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이미 5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자 전체의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 노동 유연성을 통해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참여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있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장기 실업자, 고령 근로자, 장애인, 지리적 소외계층 등 취약 계층에도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 취업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의 2016년 발표를 보면 미국 우버 드라이버 파트너의 경우 절반 이상이 우버 서비스 제공 이전에 운송서비스 종사 경험이 없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인으로 인정해 노동자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플랫폼 노동이 낮은 수준 서비스 제공에 집중되면서 사회안전망 없이 초단기 계약으로 소득 발생한다. 이는 고용의 질을 낮추고 소득 안정을 저해한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 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에 해당한다. 이는 실업급여·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이 어려워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최저임금, 고용안정성, 단체교섭권 등의 보호장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근로시간 유연성이 높다지만, 고용안정성이 지극히 낮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업무나 기술수준이 다르지 않지만 계약관계, 사회적 관계에서 다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배달기사 등 계약된 사업주에게 종속돼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아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일한만큼 소득을 얻으며,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제도와 정책은 고정사업장 중심으로 많이 일할수록 수익 늘어나는 구조로 설계됐다. 플랫폼 노동은 업무 배분과 급여 및 성과 보상체계 적용이 어렵고, 주 52시간 근로제 기준으로 근무시간 측정이 불가능하다. 장시간 노동, 무리한 운행, 근무 중 구제받을 수 없으며, 보험료, 수리비, 수수료, 프로그램비 부담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은 서둘러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중간영역으로 지정해 고용보호입법 중 일부 핵심적 권리를 인정해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선 2016년 ‘전자적 방식의 플랫폼을 이용해 일하는 비임금 노동자’로 정의하고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노조를 설립하고 집단행동까지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내년 1월부터 일명 AB5 법안(Assembly Bill 의회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노동자의 근무 방식을 지휘·통제하거나 노동자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면 독립된 계약업자,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임금근로자, 피고용자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피고용자는 노동법에 따라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B5 법안의 입법 취지는 위장 자영업을 불허하고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규제효과다. 노무 제공자를 독립 계약자로 잘못 분류하는 것이 중간층의 쇠락과 소득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반면, 운전기사를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피고용인으로 재분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버 등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을 요구해 재정상황에 역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서울시도 서울공론화 핵심의제로 ‘플랫폼 경제와 노동의 미래’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해 플랫폼 노동 관련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서울 플랫폼노동 공론화추진단을 구성해 오프라인 집중 숙의과정과 온라인 시민 의견수렴도 진행한다.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의 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문제 해결이 우리사회의 큰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지자체 단위의 대책이 진행되는 등 세계적 관심이 높은 의제”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면허시스템 정비 및 안전교육 강화, 노조할 권리 보장, 산재보장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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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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