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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거세지는 '낙하산' 논란
금감원 출신 인사 파생본부장 낙점에 노조 반발…업계 시각도 부정적
2019-10-16 16:10:00 2019-10-16 16:1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국거래소에 '낙하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파생상품본부장에 사실상 내정되면서다. 이에 대해 거래소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파생상품시장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 1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후보로 올리기로 했다. 아직 파생본부장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달 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가 15일 이사회가 열린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노조
 
조 전 부원장보 선임에 대해 거래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파생본부장은 하루 평균 41조원이 넘는 장내파생상품, 금·석유·탄소배출권 시장 운영, 모든 상장증권과 장내·장외 파생상품 청산 결제 등을 총괄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 후보자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임원 인사가 낙하산 품앗이의 일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의중이 인사의 배경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최 전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올해 초 금감원에서 사실상 해임된 조 전 부원장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인사란 것이다.
 
노조는 금감원 재직시절 감독·정책 실패로 코스닥 무더기 상장폐지, 파생결합상품 사태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가 서울사옥 1층 로비에서 시위하는 모습.사진/한국거래소 노조
 
거래소 밖에서도 조 전 부원장보의 파생본부장 선임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증권사나 거래소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는 분야"라며 "개인적인 역량을 다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경력만 보면 이해가 깊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부원장보가 자본시장조사2국장과 금융투자국장 등 역임하면서 금융투자업 관련 업무를 했지만 파생상품과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시장감시 쪽이라면 금감원의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지만 파생시장은 연결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조 전 부원장보의 자리가 당초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으로 거론되다 파생본부장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낙하산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서는 거래소 내에서 비중이 가장 큰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을 금감원 출신 인사에게 연달아 맡기면 내부반발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임자 선임보다는 특정인의 자리 찾아주기에 방점이 찍힌 인사란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이유다.
 
사진/한국거래소
 
금감원 출신인 이은태 유가본부장의 업무 방식도 조 전 부원장보 선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거래소는 시장을 키우고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 본부장은 금감원의 시각에서 일하다 보니 실무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규제와 활성화란 가치가 충돌하면서 업무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었고 이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출신인 조 부원장보 선임으로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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