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신' 서초동으로 시민발길 재촉
보수진영 보란듯 대형태극기 등장…주변 상권 특수 누리기도
입력 : 2019-10-06 11:58:24 수정 : 2019-10-06 11:58:2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초동 집회에 시민들의 발길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검찰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이 나름의 파격임에도 국민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5일 '제8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의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1시 이전부터 서초역 출구는 집회 참가자로 붐비기 시작했다. 혼잡한 서초역을 피해 인근 교대역에서 이동하는 시민도 많았다. 이후 오후 2시30분쯤 메인 무대가 설치된 서초역부터 서초경찰서까지의 구간은 3분의 1 정도가 참가자로 찼으며, 점점 참여 시민이 늘면서 오후 3시쯤에는 거의 다 찼다.
 
'검찰 개혁', '조국 수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진정한 검찰 개혁과 함께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식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조 장관 수사를 다루는 일부 언론에 대한 불신도 나타냈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장모씨는 이날 집회에서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검찰에 의해 무고하게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이제는 국민 수준이 높아졌으므로 거기에 맞게 검찰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회를 즐기면서 정확하게 잘못된 방향을 짚어가고 싶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평화를 지키면서 바꿔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건으로 소환하든, 구속하든 당사자를 조사한 후 나타나는 것을 바탕으로, 압수수색해서 찾은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에 넘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는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이 기소된 것을 알고 있었고, 언론이 보도를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조모씨는 "조국 장관의 수사를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답답해 촛불집회라도 참가하고 싶어서 나왔다"며 "검찰이 너무 권력을 남용하는 것 같아 검찰 개혁을 조속히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어 "일반인도 아는 것을 방송을 보면 아닌 것도 맞다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북 익산시에 올라온 정모씨는 "일주일 전 기차를 예매해 오늘 오전 10시에 도착했다"며 "서울에 있는 딸과 즐기면서 검찰 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평소 너무나 국민을 괴롭히는 것 아닌가 생각했고,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명된 후 개혁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검찰 개혁은 역사적 사명이므로 이번 기회에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6시 공식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원들은 "민주 정부가 들어서니까 사냥개 검찰이 자기들의 왕국 만들기 위해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도 깔아뭉개려 들고 무소불위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며 "그런데 이 검찰의 헛된 욕망은 자유한국당과 수구 언론에 이용당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을촉구하는국내·해외교수연구자모임 소속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부산에서 시작해 해외까지 총 7732명이 검찰 개혁 시국선언에 서명했다"며 "다음 주 최종 검증이 이뤄지면 서울에서 전국 교수연구자들이 실명과 소속을 공개하는 검찰 개혁 촉구선언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보수단체 집회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되찾아오자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가로 20m, 세로 10m의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이동시키고, 태극 모양과 건곤감리 모양이 앞뒤로 그려진 피켓으로 파도타기를 하는 등 장관을 연출했다. 이 행사의 사회를 맡은 김남국 변호사는 "보기만 해도 뭉클한 이 태극기가 어느 날 납치됐다"며 "태극기를 되찾아오기 위해 대형 태극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초경찰서를 중심으로 반대 구간에는 우리공화당, 자유연대 등 보수 정당과 단체 등이 맞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서초역에서 촛불집회 장소를 지나면서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XXX들아" "실컷 수호하라" "빨갱이 하는 맛이 어떠냐" 등의 욕설을 내뱉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집회를 이유로 정오 이후 대검찰청 쪽 출입문을 전면 폐쇄하고, 서울중앙지법 쪽 출입문도 수사 차량 외 통행을 불허했다. 집회가 진행되던 시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정경심 교수를 조사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9시쯤 비공개로 소환돼 오후 11시55분쯤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한편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리면서 인근 상권도 특수를 누렸다. 교대역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난 주말에는 평일 영업시간인 오후 10시30분이 넘어서도 문을 열었지만, 밥과 고기가 모두 떨어져 손님을 돌려보냈다"며 "오늘은 더 늦게까지 장사하기 위해 재료를 충분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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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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