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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삼성-LG의 '8K 전쟁'을 지켜보며
2019-09-19 06:00:00 2019-09-19 06:00:00
산업1부 권안나 기자.
최근 전자 업계의 최대 화두는 '8K'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 세계 최초 8K TV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8K 시장의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일년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8K 콘텐츠 부족 문제 등을 지적했던 경쟁사들이 올해 'IFA 2019'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8K TV를 대거 쏟아내며 본격적인 8K 시장의 확장을 예견한 것.
 
이 가운데 LG전자로부터 촉발된 '진짜 8K' 논란이 국내에서 뜨겁게 달궈지면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LG전자는 먼저 IFA 2019 전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제품을 나란히 전시하고 "QLED 8K TV는 8K가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공격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기술적인 요소들을 더욱 자세히 설명하는 간담회를 개최했고, 방송용 광고 영상에서도 삼성전자 TV 브랜드명인 'QLED'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평가절하했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현장에서만 해도 LG전자의 노골적인 저격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뉘앙스로 일관했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수위에 '맞불 전략'으로 전환했다. "LG전자의 OLED 8K TV에서 8K 콘텐츠 스트리밍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며 LG전자가 제시한 기준도, LG전자의 TV도 제대로 된 8K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사실 양사가 주장하는대로 특정 회사의 제품이 '진짜 8K'가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8K'라는 해상도 때문에 2000만~400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 같은 의혹에 공감하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천문학적인 손해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TV 시장이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새롭게 열리는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가성비를 내세운 일본,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가 매서운 상황에서,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리딩 기업들 간 공멸에 가까워 보이는 출혈 경쟁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양사의 논리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있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재산상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각 사의 제품에 유리한 콘텐츠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전후 맥락조차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과연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우선시한 것인지,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단편적인 주장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닐지 다시 한번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라리 각사의 기술 담당자들끼리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짜 8K'란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담판지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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