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가상계좌' 발급기준…거래소간 형평성은?
신고제 도입시 가상계좌 쟁점될 듯…"공정한 경쟁환경 조성돼야"
입력 : 2019-08-12 17:47:36 수정 : 2019-08-12 17:47:3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이에 자금세탁방지(AML) 규정과 거래소의 인가·신고제 도입 등 특금법 개정안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도 대체로 암호화폐 법제화가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방적인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특히 기존 금융권 수준의 강력한 규제 기준이 마련되면, 실명 확인이 가능한 가상계좌 발급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이른바 '빅4' 거래소에게만 실명확인 가상계좌가 부여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와 캐셰레스트, 데이빗 등 시중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 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AML 의무를 비롯해 고객신원인증(KYC) 절차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부문 투자 확대와 전문인력 확보 등 암호화폐 규제에 대응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외에도 정보보호 공시나 외부기관 감사청구 등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FATF 규제 기준을 만족시키고, 향후 은행의 가상계좌 발급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거래소는 하나의 법인계좌를 통해 고객들과 거래하는 '법집계좌(집금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거래소에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한서희 법부법인 바른 변호사는 "주요 특금법 개정안은 FATF 권고안의 신고제 사항을 반영하고 있지만, 신고제 요건인 가상실명계좌의 경우 4대 거래소에만 부여되고 추가로 개설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암호화폐 취급업자 시장의 경쟁을 약화시켜서 소수업체의 과점시장화를 유발할 수 있고, 소비자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실명계좌 부여 요건도 명확하지 않아 기존 금융권의 기준 없는 남용 우려도 존재한다"며 "가상실명계좌 부여시 동등한 기준으로 공평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제안을 통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법제화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뉴시스
 
중소형 거래소들은 나름대로 자율규제와 캠페인 등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거래소 중 처음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고팍스는 보이스피싱 신고포상금 제도를 오는 9월까지 시행하고 있다. 고팍스 이용자가 제보한 피싱 행위나 자금세탁 행위가 수사기관에서 실제 검거로 이어질 경우, 심사를 거쳐 신고자에게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기술과 보안, 금융 분야 서비스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전문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캐셔레스트는 엑스탁 증권형토큰발행(STO) 플랫폼의 기능 중 하나인 KYC/AML 솔루션을 도입했다. 개인자산 보호와 부정거래 방지,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국제 수준에 맞춰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솔루션은 부정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거래소 외 거래에 대해서 온체인 거래를 중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서 피싱이나 해킹,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비책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원화 입금 후 120시간 내 암호화폐 출금 제한을 비롯해 원화와 암호화폐 입출금 정책을 강화한 바 있다.
 
데이빗 역시 가상실명계좌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신해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보안과 자금세탁 방지책을 다양하게 적용 중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 대조를 통해 KYC 절차를 강화하고, 고객 입출금 계좌에 1원을 송금해 계좌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을 구현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가상계좌를 가지고 있는 거래소들이 그렇지 못한 거래소보다 보안과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고만 볼 수 없다"며 "시기적으로 먼저 시장에 진출했다는 이점 말고 명확한 기준을 통해 가상계좌 발급이 이뤄져야 형평성에 맞다"고 언급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은행도 가상계좌 발급에 대한 책임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과 함께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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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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