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직은 이름보단 얼굴로 기억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영화 ‘사자’ 포스터 속 그의 모습은 적당히 낯선 모습을 통해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맡은 배역도 기대감 상승의 또 다른 포인트다. ‘악’이다. 순수한 악을 숭배하는 악의 신부 역할이다. 배우 우도환은 날카로운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눈매 때문에 이 배역에 최적화된 인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본인도 자신의 눈매가 워낙 날카로워서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한다고 웃는다. 물론 직접 만나본 우도환은 예의 바르고 착한 심성이 누구보다 앞선 신인 배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이다. 본인 역시 기독교 신자다. 영화 ‘사자’ 속 자신의 모습을 할머니가 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가장 걱정이라며 웃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우도환의 ‘사자’ 속 ‘악의 신부’ 탄생기는 이랬다.
배우 우도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 개봉을 며칠 앞두고 우도환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이후 가장 큰 배역을 맡게 된 그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충무로 최고 ‘핫스타’ 박서준이 주연이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또 주연이다. 그들과 대립하는 악역이 바로 우도환이다. 악역에 대한 매력은 배우라면 누구라도 갖고 있는 욕심이다. ‘사자’ 출연 이전까지 그는 영화는 조연급 단역 출연이 전부였다. 자신을 선택한 ‘사자’ 김주환 감독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너무 감사 드려요. 제가 유명한 배우도 아닌데.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에 메인 빌런을 맡게 되니 부담이 너무 크죠(웃음). 사실 궁금했죠. ‘왜 나지?’ 싶었어요. 출연 제의를 직접 해주셨고. 감독님은 저한테 양면성을 확실하게 가져 갈 수 있는 면이 많다고 해주셨어요. 그게 제 장점이라고. 그 말씀을 믿고 영화 속 ‘지신’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어요.”
악역이란 본질 자체가 어렵다기 보단 우도환은 ‘지신’이란 악인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초반에는 어려움을 느끼게 했단다. 우선 한국 영화에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캐릭터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물론 감독과 함께 대화를 통해 실마리와 힌트를 많이 잡아갔다. 하지만 연기는 우도환이 하는 것이다. 잘못할 경우 만화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큰 배역이었다.
배우 우도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말씀하신 데로 그 점이 가장 걱정이었죠. 잘못하면 만화처럼 보일 가능성이 너무 컸어요. 악마에게 기도를 할 때의 주문, 손동작 등등. 전부 레퍼런스도 없고. 그냥 만들어야 했어요(웃음). 사실 감독님이 특별한 가이드를 주시지 않았어요. 대본에도 너무 어렵게 나온 것 같았고. 결국 제가 선택한 게 ‘첫 테이크를 최고로 가자’였죠. 가장 쎈 감정으로 처음 촬영을 하고 점점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갔어요. 영화에선 대부분 첫 테이크가 들어갔더라고요.”
그는 집에서 혼자 불을 끄고 촛불을 켠 채 직접 주문을 외우고 기도를 드려 보기도 했단다. 물론 악마를 상상하고 연기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잡고 느낌을 알기 위해 시도했지만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압도돼 오싹한 느낌까지 들었다고. 누구라도 한 번쯤 해봤던 경험을 갖고 있는 ‘분신사바’ 느낌을 받아서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 번 거렸단다.
“하하하. 진짜 모르겠어서. 무작정 집에서 ‘한 번 해보자’란 생각으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어요.
악을 상상하면서 제가 지신이 돼 ‘이렇게 하겠지’ 싶은 생각으로 그냥 해봤죠.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뭘 중얼거렸는데 녹음기에 녹음된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웃음). 그때는 진짜 무서웠어요. 제가 의외로 무서움을 많이 타요. 하하하. 그렇게 만들어 간 걸 A4용지에 막 썼죠. 그걸로 감독님과 상의를 하면서 영화 속에 나온 걸 구체화 시켰어요. 물론 현장에선 소품이나 세트가 도움도 많이 줬어요. 진짜 공간에 들어가니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배우 우도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도환 스스로 쉽게 납득하기 힘든 설정들은 세트의 기괴함이 많은 도움을 줬다. 본인 스스로도 공간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설정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제작진 역시 가장 공을 들인 지점이 우도환이 연기한 ‘지신’이 악마에게 제사를 지내는 지하 제단이었단다. 기괴한 느낌이 가득한 이 공간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도환은 이 공간에서 완벽한 비주얼로 등장한다.
“진짜 그 공간은 제가 제일 궁금해 했던 곳이에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떻게 표현을 할까’ 정말 궁금했는데 실제로 눈으로 보니 너무 압도적이었죠. 제가 설정한 여러 지점이 그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효과도 봤어요. 사실 너무 신이 났었죠. 뭔가 ‘여긴 내 집이야’란 느낌으로 ‘용후’와 대결을 벌이는 ‘지신’의 충격적인 모습에 힘을 얻게 됐어요. 진짜 공간이 주는 힘을 처음 느꼈죠.”
‘사자’ 속 우도환의 충격적인 모습은 이 장면에서 등장한 특수 분장이다. 김주환 감독과 우도환이 설정한 ‘지신’은 뱀파이어와 같은 ‘악’이다. 사람의 정기를 빨아 먹고 젊음을 유지하고, 그 힘을 악마에게서 얻는 인물이다. 영화 마지막에는 악을 상징하는 뱀의 모습으로 등장해 비주얼적인 충격을 더욱 끌어 올린다. 이 장면을 위해 우도환은 매번 7시간의 특수 분장을 고스란히 버텨냈다.
배우 우도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사실 출연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진 특수 분장이 그렇게 힘든지 몰랐죠(웃음). 7시간이나 걸린다고? 와 정말 힘들더라고요. 옷처럼 입고 조각조각 나눠진 걸 몸에 붙이는 데 진짜 무겁고 힘들어요. 더군다나 그걸 입고 서준이 형과 격렬한 액션을 펼쳐야 하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죠(웃음). 아마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특수 분장 하라고 하면 당분간은 못할 것 같아요. 하하하.”
박서준과의 격렬한 액션을 위해 무려 일주일 가량 촬영을 한 기간이 가장 고됐다고 하지만 진짜 우도환을 힘들게 한 점은 아버지뻘의 대선배 안성기와의 격투 장면이다. 사실 격투 장면이 아니다. 우도환이 일방적으로 대선배 안성기를 때리는 장면이다.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우도환 입장에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카메라가 돌아가지만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앞서게 됐다며 웃었다.
“진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죄송스럽게 힘들었어요. 영화에서 시체 보관실에서 제가 안성기 선배님을 때리는 장면인데. 그게 연기지만 쉽게 되나요(웃음). 자꾸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너무 곤욕스러웠죠. NG도 꽤 많이 났어요. 나중에 선배님이 ‘그냥 편하게 해. 그게 날 도와주고 널 위하는 거다’라고 하셔서 좀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쉽진 않았어요. 안성기 선배님이나 서준이 형이 절 진짜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배우 우도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도환은 이번 다음 작품에서도 악역을 연기한다. 영화 ‘귀수’를 통해 강렬한 임팩트의 악역을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된다. 자신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악역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를 물었지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제 시작하는 신인 배우로서 장르와 배역의 성격을 가릴 위치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보단 더 많은 더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겨우 몇 작품 안 해 봤지만 ‘악역’의 매력? 알 거 같아요. ‘귀수’도 마찬가지고, 이번 ‘사자’도 마찬가지에요. 전 악역이라고 생각 안하고 접근했거든요.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접근했어요. 전 개인적으로 사람은 처음부터 악하지 않다는 성선설을 믿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한 악인들도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설정을 하고 출발해요. 악역만 한다? 어떤 배역이 들어오던 ‘우도환’ 만의 연기로 그 인물을 잘 살려내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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