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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타운의 샛별)⑨“야구 유망주 대신 취업 유망주 키워요”
고남욱 서클21 대표, 지방대와 중소기업 취업 연계 지원
2019-07-22 06:00:00 2019-07-22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지역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나 활력이 예전같지 않고, 대학은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학교 담장 밖을 넘기 힘들다. 그 사이에 낀 청년들은 열정을 가져 창업을 하고자 해도 어떻게 하는지도,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여기서 출발한다. 대학과 지역이 융합해 청년들을 키우고 나아가 청년들의 힘과 문화로 지역과 대학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캠퍼스타운은 혁신창업 전진기지로 여기서 성장한 창업팀은 IPO(기업공개) 나아가 유니콘을 꿈꾼다. 캠퍼스타운에서 활동 중인 샛별들,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편집자주)
 
“어렸을 때부터 스타들보다는 뭘해도 안 되는 마이너들의 성장기에 더 끌리더라고요.”
 
고남욱(38) 서클21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야구에 푹 빠졌다. 단순히 경기만 보는게 아니라 연습장에 분석해 스카우팅리포트를 만들었다. 어디 괜찮은 선수가 나타났다하면 고교팀, 대학팀에도 직접 전화해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본인이 발굴한 유망주가 프로야구에 입단하고, 2군을 거쳐 1군에서 리그 정상까지 오르는 걸 지켜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고 대표가 좋아하는 팀도 당시 만년 하위권이던 ‘롯데 자이언츠’, 영화는 스포츠 에이전시와 무명 선수의 만남을 소재로 한 ‘제리 맥과이어’다.
 
이 남다른 야구광은 20대 후반에 비슷한 야구광들을 모아 아예 미디어 커뮤니티 ‘이닝’을 만들었다. 이닝은 기존 스포츠 매체와 다르게 팬과 대중의 시선에서 야구를 바라봤고, 이를 눈여겨 본 포탈사이트와 연간 계약까지 맺으며 궤도에 올랐다. 당시 창단을 준비하던 NC 다이노스의 창단 컨설팅을 도왔으며, 종편 스포츠 채널 여러 곳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의할 정도였다. 
 
그렇게 6년이 지나고, 커지는 덩치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라는 약점은 관찰자와 플레이어 경계에 서 있던 고 대표에게 한순간 사기와 배신이라는 악재를 선물했다. 결국 상처만 떠안은 고 대표는 이닝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했고 3년여간 지방을 떠돌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야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유망주를 키우는데 재미를 느끼는 성격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그를 이끌었다.
 
우연히 아는 교수의 부탁으로 만난 원광대 학생 4명은 전국 단위의 공모전 제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뭘 해도 되는 것에 익숙한 서울 명문대생들과 달리 이 학생들은 이미 서울 대학들의 몫으로 정해진 공모전에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부터 앞섰다. 분명 괜찮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데도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고 의기소침해있던 학생들은 고 대표의 격려와 칭찬을 접하자 그 낯섦에 울음을 터뜨렸다.
 
고 대표는 직접 지식을 알려주는 선생은 아니지만 유망주에 장·단점을 파악해 성장을 위한 트레이닝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삼성에 지원하면 따지고 전화오는 줄만 알던 지방대 학생들은 고 대표를 코치라 부르며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대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었다. 고 대표가 하는 역할은 자소서를 컨설팅하고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주고 ‘왜’라고 묻는 법을 알려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거라 여기던 학생들은 ‘작은 성공’만으로도 스스로 재미를 붙이며 금방 성장한다.
 
우리가 듣는 취업 채용 관련 소식들은 대기업과 명문대생들의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야기지만, 실제 대부분의 기업은 중소기업,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지방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채용공고조차 대기업에 밀려 채용사이트 하단에 겨우 걸려있고, 인지도 자체가 부족해 제대로 된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나 지방에 있는 대학을 다니나 중소기업을 3곳 이상 알고 있는 대학생은 손에 꼽는다.
 
대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 역시 단순히 급여나 근무환경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정보를 알지 못하니 좋은 중소기업을 선별하거나 이에 맞는 커리어를 어떻게 갖출지 막막하다. 업계 선배도 적은 탓에 일부 지방대 학생들은 중소기업도 명문대 학생만 좋아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한다. 간혹 중소기업에 입사를 해도 수개월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애초에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엄친아를 넘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면 과잉 스펙 대신 직무에 대한 이해와 커리어가 필수적이다.
 
고 대표가 2016년 만든 서클21은 지역 대학과 중소기업 채용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재학 중에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기업은 과업 수행 과정에서 채용 여부를 검증하고, 대학은 우수 학생의 실질적인 취업을 돕고 방학 중 인턴십에 투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각 학교와, 과, 학생회 등의 입장을 반영해 지역 대학생들도 성장 가능한 채용 문화를 만든다. 지금까지 서클21의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만 3000명에 달한다.  
 
올해 고 대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대학을 이미 졸업한 취준생까지 접근 가능하도록 서클21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매칭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고 대표는 “유망주들은 모두 각자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하고 성장한다”며 “취업 유망주들이 선입견을 깨고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남욱 서클21 대표가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지원공간인 킹고스타트업스페이스에서 창업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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