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기업 '탈일본' 움직임 본격화
중국 화학사에 불화수소 대량 신규 주문…삼성·SK "대체 소재 성능 테스트중"
입력 : 2019-07-17 17:59:38 수정 : 2019-07-17 18:40:44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탈일본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로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한 품질성능 테스트에도 착수했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소재 국산화와 중국·대만 등 대체 수입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국의 전자화공신재료산업연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산둥성의 빈화(濱化)그룹이 한국 반도체 업체와 (에칭가스) 수주계약을 맺었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한국 기업과 빈화집단의 협력을 가속화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화그룹 측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측도 외교라인을 통해 최근 한국에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에칭가스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탈일본화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삼성전자가 일본 업체가 아닌 제3의 기업에서 제조한 에칭가스의 품질 성능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전자가 확보한 제3의 에칭가스 공급업체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이나 대만, 혹은 한국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이나 대만, 한국 기업의 제품으로 보인다”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간 정치적인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의 대항조치가 일본 산업계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 공장 내부. 사진/뉴시스
 
에칭가스는 반도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으로 사용되며, 주로 산화막 제거와 금속 오염 제거의 공정에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리타화학, 스텔라케미파, 쇼와덴코 등 일본 업체에서 불순물 함량이 ‘0’에 가까운 고순도 에칭가스를 공급받아왔다. 
  
이들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일본 제품처럼 고순도는 아니지만, 테스트 과정을 통해 보정을 거치면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 반도체 기업들이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재 국산화, 다른 나라 제품 수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본산을 대체할 소재를 찾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품질 테스트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트 이후에 공정에 적용될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테스트에는 통상 3~6개월 정도 걸리는데 테스트가 끝난 이후에도 실제 라인에 적용할 수 있을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며 “공정에 적용한다는 결론을 내더라도 수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3개월 정도의 물량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 에칭가스 수급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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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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