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일본의 배은망덕
입력 : 2019-07-14 06:00:00 수정 : 2019-07-14 06:00:00
중국 후한 말 193년 조조는 떨어져 지내던 아버지 조숭을 자기 영지로 모셔오려 했다. 그러나 조숭은 연주와 서주 경계를 이동하다 살해당했다. 서주자사 도겸이 조조와 연을 쌓으려고 조숭을 호위차 보낸 부하가 재물에 혹해 배신했다. 이에 조조가 서주를 치려 하자 유비가 도겸을 위해 편지를 보내며 만류한다. 내용은 대략 선의의 도겸에겐 죄가 없고 사사로운 원한으로 서주 백성을 해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서주를 탐한 조조는 결국 칼을 뽑았다.
 
지금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에 나선 것도 비슷한 모양새다.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되레 무역보복을 획책한 것은 조조의 침공처럼 이치에 어긋난다.
 
194년 조조가 서주를 침범하자 도겸은 각지에 구원을 청했고 유비가 응했다. 조조가 불순하게 서주를 침공한 결과는 좋지 못했다. 조조가 근거지인 연주를 비운 사이 여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조조는 괜한 소모전 끝에 철수해야 했다. 유비는 의행으로 민심을 얻었고 그 인덕으로 도겸 사후에는 서주를 얻게 된다.
 
195년 조조에게 패한 여포는 서주의 유비에게 의탁한다. 여포는 의부를 배신하고 역적 동탁을 섬기는 등 인의를 저버려 악명이 높았으나 유비는 의를 베풀었다. 그런데도 여포는 도움을 가볍게 여기고 서주를 빼앗으며 또다시 배반한다. 그런 여포의 말로가 어땠을까. 조조와 유비 연합군에 패해 효수 당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잇따라 폭발하자 일본은 우리나라에 각종 물자 원조를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십시일반 지원했다.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붕소가 필요하다고 해 정부는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물자를 끌어모았다. 당장 우리의 필요 재고량이 모자라게 되는 상황에서도 일본을 시급히 도왔다.
 
일본은 또 지진으로 정유시설이 파괴되자 발전용 연료와 석유제품을 지원해달라고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SK에너지는 일본 하루 소비량 25%에 해당하는 휘발유 26만배럴과 발전용 중유 1만톤을 공급했다. 게다가 일본 어업협동조합 요청으로 어선용 연료유도 지원했다. 일본 정유업체가 공장을 돌릴 수 없게 돼 처리하기 곤란해진 원유도 SK에너지가 원가에 대신 사줬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당시 적지 않게 일본에 유류를 공급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방사능 우려에도 일본의 요청을 받고 동부해안 하마마쓰시 해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원전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지역이었다. 당시 활동은 일본 기업과 교류를 강화하고 우리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알리는 취지였다.
 
그러나 과거를 잊은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우리가 베풀었던 온정도 퇴색됐다. 의를 잊은 여포의 말로가 어땠나.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에 손해다. 양국이 다투는 사이 어부지리를 취할 강대국도 지척에 있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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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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