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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늘리랬더니...종투사, 개인대상 신용공여에 '집중'
금융당국 "종투사 양적 성장했지만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 필요성 높아"
2019-07-08 12:00:00 2019-07-08 13:29:01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신용공여를 2배로 늘렸지만 종투사들은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개인대상 신용공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종투사 중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기업신용공여가 가장 많았지만 대부분 부동산에 치우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생산적인 기업금융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종투사 기업신용공여 현황에 따르면 종투사의 신용공여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33조5000억원) 대비 86.9%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한도인 200%에 크게 떨어지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종투사에서 유일하게 자비자본보다 신용공여 금액이 많았던 곳은 메리츠종금이다. 메리츠종금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금액 비중은 126.9%로, 기업신용공여와 투자자 신용공여가 각각 90%, 36%를 차지했다.
 
7개사의 신용공여를 항목별로 따져보면 투자자 신용공여가 18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신용공여가 10조원, 헤지펀드 신용공여는 3000억원이다. 위탁매매 업무에서 발생하는 전통적 주식담보 대출 형태의 투자자자 신용공여는 전체 중에서 64.8%를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테일 영업이 강한 일부 종투사의 경우 기업 신용공여에 비해 더욱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주는 투자자 신용공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용거래대주와 융자 및 예탁증권담보 융자의 경우 6~9% 수준의 비교적 높은 이자율이 적용돼 수익이 큰 반면 반대매매 등을 통해 신용위험에 대한 손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대비 200%에 한해 △투자자 △기업 △전담중개(헤지펀드)에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100% 한도였지만 지난해 9월부터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 분야로 한도가 확대됐다. 국내 종투사는 KB증권, 한투증권, NH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투, 메리츠종금 등 7개사다.
 
회사별 기업신용공여 비중은 메리츠종금이 90.6%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투(30.1%), 한투증권(29.1%), NH증권(28.2%)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NH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투의 경우 중소기업 신용공여가 전무했다.
 
다만 메리츠종금의 기업신용공여 중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5192억원)의 상당부분(5157억원)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인 것으로 추정된다. 종투사의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3조8000억원) 중에서 메리츠가 1조7000여억원을 기록,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리츠의 기업신용공여가 높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동산금융이 많이 포함돼 정부가 유도했던 생산적인 기업금융을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종투사 제도의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제도 취지에 맞게 건전하고 생산적인 기업금융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등 종투사가 모험자본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다양한 유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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