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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원·국세청 정보화사업 비리 연루자 34명 기소
120억 입찰방해 의혹, 금품수수 등 500억대로 커져
2019-06-30 12:00:00 2019-06-30 12: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법원·국세청 정보화사업 비리에 연루된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법원·국세청 정보화사업 관련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결과 총 34명을 인지해 15명을 구속기소, 1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500억원대 법원 정보화사업(전자법정 시스템 구축 등)과 관련해 검찰은 전산장비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전직 법원공무원 남모씨에게 입찰 관련 내부 정보를 빼내어 주고 관련 사업을 수주케 한 다음 합계 7억5000만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전 법원행정처 정보화지원과장 강모씨(4급 서기관)·전 법원행정처 사이버안전과장 손모씨(4급 서기관)·전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씨(6급 주사) 등 4명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공무상비밀누설·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법원 발주 사업의 수주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 정모씨와 금품을 제공한 전산장비 납품업체 상무 등 5명을 변호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한편, 법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입찰에 참여하거나 들러리 입찰에 가담해 입찰을 방해한 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입찰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국세청 발주 정보화사업의 전산장비 납품 과정에서 입찰 컨소시엄 구성해 특정 업체를 거래 단계에 끼워 주는 대가 등으로 합계 14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전직 대기업 전산업체 임직원 K씨(부장)와 L씨(부장) 등 6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관련 전산장비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거래 상대 업체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납품업체 관계자 4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공무원 출신인 남씨는 2007년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 법원 실물화상기 도입 등 총 400억원대 사업을 따냈는데 국회에서 지속해서 전·현직 법원 공무원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정보화사업(전자법정 시스템 구축 등) 관련 비리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했다.
 
법원 측 수사의뢰의 주된 내용은 '현직 법원공무원 3명의 120억원대 입찰방해 의혹'이었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전·현직 법원공무원과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간 금품수수·기밀유출·불공정입찰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입찰방해 규모는 500억원대, 주요 가담자는 24명으로 증가했다.
 
또 법원 입찰비리에 가담한 전산업체 조사 과정에서 1400억원대 국세청 정보화사업(홈텍스·연말정산간소화 등 전산시스템 통합 등)에 대해서도 컨소시엄 업체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납품단가를 부풀린 후 수익을 분배해 온 정황 등이 추가로 드러나 수사를 확대했고 주요 가담자 6명을 구속하는 등 10명을 추가 입건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소속 전산직 법원 공무원들이 장기간 보직 변경 없이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직 법원공무원 등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금품수수·기밀유출·불공정입찰 등이 장기간 계속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법원 공무원과 유착 관계를 토대로 업체 관계자들은 법원의 입찰 제안요청서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스펙이 들어가도록 조작하고 굳이 필요한 스펙이 아님에도 제안요청서에 포함돼 기능이 유사한 제품을 보유한 다른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조차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정보화사업 관련 국산 실물화상기는 40~80만원에 불과하나, 특정 업체만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지나치게 고사양의 외국산 실물화상기의 스펙대로 사업이 제안됐다.
 
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유착관계에 있는 법원 공무원들로부터 사전에 입수한 내부 검토보고서·질문지 등을 이용해 기술 평가에 대비했고 법원 공무원을 통해 경쟁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미리 확보해 준비 상황을 파악한 후 평가에 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저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국세청 발주 사업을 수주한 컨소시엄 업체들은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돈을 빼돌릴 업체와 금액 등을 반영해 원가를 산정했고 대규모 사업의 경우 발주기관에서 세부적인 원가까지 검증하기는 어려운 사정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1월 뇌물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강씨와 손씨는 14일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 남씨와 유씨는 각각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등 전·현직 법원공무원 전원이 실형 선고를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국세청 관련자들도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직원이 로비를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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