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반지 프로젝트 “‘기생충’의 반지하, 우리에겐 보물창고”
낡은 옥탑방·반지하·지하창고 DIY 거쳐 거주·공용공간 활용
입력 : 2019-06-25 15:49:53 수정 : 2019-06-25 15:55:4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반지하가 살기 어려운 공간이라고요? 조금만 손보면 우리만의 매력 넘치는 공간이랍니다.”
 
25일 오전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어두운 실내에서 조명 하나에 의지해 예비사회적기업 오롯컴퍼니의 이종건 대표와 김병조 팀장은 석고보드로 가벽을 만들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반지하의 다른 곳은 회색 속살을 드러냈지만, 이들이 작업중인 공간은 어느새 벽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오롯컴퍼니의 ‘옥반지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들이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낙후된 환경에만 쳐다볼 때 저렴한 가격과 활용도에 주목했다. 옥반지 프로젝트는 옥탑방·반지하·지하창고의 준말이자 이들 공간을 옥반지처럼 귀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올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혁신형사업으로 선정된 옥반지 프로젝트는 그간 버려지고 노후한 공간을 청년들이 DIY로 직접 수리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가꿔나간다.
 
재개발의 광풍이 할퀴고 간 지역에는 어느 지역이나 낡고 오래된 빈 집들이 많다. 옥반지 프로젝트가 택한 암사동 반지하도 그랬다. 반지하 방 4칸은 언제부터 비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됐고, 덕분에 보증금 없이 월 7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모두 20평 가량에 달하는 방 4칸이 옥반지 프로젝트에 주어졌다. 방 4칸을 한꺼번에 빌린 덕분에 복도까지 덤으로 사용 가능하다.
 
반지하 최고의 문제는 습기, 땅 밑에서부터 갈라진 틈이나 모서리를 타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습기는 곰팡이의 주범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를 비롯한 각종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표는 우선 방수제를 사용해 습기부터 막는다. 반지하의 두 번째 문제 벌레는 현관 등 틈새를 막고 세 번째 문제 하수구 냄새는 트랩으로 해결했다. 
 
방수시공을 마치면 석고보드로 벽을 만들고 페인트로 마무리하면 낡디 낡은 반지하가 옥반지 프로젝트만의 작은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옥반지 프로젝트에 공감한 인근 공사현장에서 쓰고 남은 자재를 제공하고 청년 스타트업 제트페이퍼에서 시공재료 제트테이프를 지원해 준 덕분에 훨씬 싼 가격에 양질의 공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옥반지 프로젝트는 전문업체가 대신 공사를 해주지 않는다. 이 대표와 김 팀장이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해 살고자하는 청년이 직접 간단한 공구와 장비 작동법을 배워 자기가 살고 이용할 공간을 고친다. 얼마 전 여성 청년활동가들도 직접 교육에 참여해 여성도 손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수리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나하나 내 손을 거치다보니 단순히 월세 얼마짜리 방을 떠나 공간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건 기본이다. 저렴한 공간에 청년들이 모이면서 창업도 교류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이들이 반지하와 옥탑방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용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갈 곳 잃은 청년들도 옥반지 프로젝트를 통해서라면 땀 흘리고 내 방, 우리 공간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잠만 자는 집이 아니라 개인공간과 공용공간을 모두 갖춰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 코-리빙(Co-living)이 가능하다. 현재 공사 중인 방 4칸도 개인 주거공간 ‘오로시’ 2칸과 커뮤니티와 사무공간으로 쓰일 ‘여러시’ 2칸으로 쓰일 예정이다. 다음에는 단열이 가장 문제인 옥탑방으로 확장해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저렴하고 살기 좋은 옥탑방을 만들 계획이다.
 
옥반지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벌써부터 인근 청년들과 사회적기업, 사회주택 사업자들 사이에 반향은 기대 이상이다. 이 대표는 “반지하와 옥탑방은 충분히 살만한 곳으로 저희에게 기회의 공간”이라며 “서울에서 쫓겨나 지방으로 가야하는 청년들이 옥반지 프로젝트와 함께라면 서울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롯컴퍼니의 이종건 대표(우측)와 김병조 팀장(좌측)이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반지하에서 옥반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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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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