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제도권 진입 첫발)미국·일본 등 디지털자산 '인정'…국내 상황은?
관련법 정비 시급…20여개 개정안 표류 중
해외 주요국, 세득세 부과 등 제도권 편입 '속도'
입력 : 2019-06-23 14:38:57 수정 : 2019-06-23 14:38:5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암호화폐 시장 개편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글로벌 규제안으로 각국의 제도화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제 권고안에 대해 우려와 함께, 제도권 진입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FATF 총회에서 암호화폐 관련한 규제안이 발표됐다. FATF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6월부터 이번 규제안에 대해 이행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FATF 규제안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한국을 포함해 주요 국가 암호화폐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암호화폐 제도 정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해외국가들과 달리, 국내는 FATF 규제 준수를 위해서 관련 규정과 법률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당국도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하고 있다. 암호화폐 취급업소(거래소) 정의와 신고의무 부과 등의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3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9일 만료되는 '가상통화(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특금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내 법제화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이용자 보호규정을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2017년 7월 박용진 의원 대표발의) △거래소 보안수준 강화와 조사규정을 마련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2018년 4월 채이배 의월 대표발의) △암호화폐발행(ICO) 승인 및 기준 심의근거를 둔 전자금융거래법(2018년 9월 하태경 의원 대표발의) 등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은 20여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FATF 규제내용을 반영한 정책과 법안 수립을 위해서는 암호화폐 특성과 국내 시장 현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들이 많다"며 "세부적인 기준들이 마련되기 위해서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반면 해외 주요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규제와 제도권 편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1, 2위를 기록하는 미국과 일본은 암호화폐를 합법적인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국세청(IRS)은 지난 5월 암호화폐를 통화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 토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SEC는 증권거래법에 근거, 암호화폐의 증권법 적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취지다.
 
일본은 이미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 내년부터 이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에는 암호화폐 규정과 거래규칙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6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화폐'에서 '암호화자산'으로 명칭을 통일하고 마진거래의 초기 증거금 제한부터 거래소·중개업종 의무 부과 등의 세부적인 규제내용을 담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 파산사태 이후 거래소 인가제, 암호화폐 회계기준 마련 등에 나서며 시장 양성화에 힘썼다.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 기간에 현금 대신 암호화폐를 편히 사용할 수 있는 결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만큼 적극적이다.
 
국내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ICO를 진행하거나 법인을 설립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도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감독청은 지난 2017년부터 암호화폐와 ICO 관련 지침을 만들면서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스위스는 주크시에 '크립토밸리'를 조성하고 제도적 편의와 암호화폐 결제 등을 허용하는 대신, 민간기구인 크립토밸리협회에서 자율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위스와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규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 정부도 명확한 규제방향을 제시하고, 업계와 소통하며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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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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