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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한은, 금융사 감독권 챙기기 사활…오남용 온상된 공동검사권
예보, 부실 징후 없어도 금감원 공동검사 요청…인력감축 막는 꼼수 지적
한은, 단순 '자료수집' 위해 공동검사 추진
금융업계, 금감원 아닌 유관기관 검사에 부담 가중
2019-06-19 16:00:00 2019-06-19 17:56:01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예금보험공사·한국은행 등 금융 유관기관들이 금융감독원 공동검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별히 검사할 만한 사안이 없는데도 단순히 '자료수집'을 위해 금감원의 공동검사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보와 한은이 금융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검사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예보는 파산 가능성이 있는 금융회사가 아닌,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공동검사를 요청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은은 통계를 만들기 위한 '자료취합' 목적으로 공동검사를 추진하고 있어 금융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9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은행이 자료수집 등 뚜렷한 명분없이 금감원 공동검사를 청구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금감원이 의무적으로 같이 나오므로 회사 부담이 2배가 된다"고 말했다.
 
예보가 지난해 요청한 금감원 공동검사 건수는 10건 미만이다. 많게는 약 한 달에 한 번씩 공동검사를 추진한 셈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예보가 공동검사를 요청하면 금감원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다만 예보의 검사대상을 부보금융회사에 한정하고,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하는 조건이 있다. 
 
예보의 역할은 금감원과 다르게 '파산 금융회사'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파산 금융회사가 급감하면서, 이제는 '파산 할 수도 있는' 금융회사에 주력 하고 있다. 문제는 부실 가능성이 뚜렷하게 없는 회사인데도, 예보가 무리하게 공동검사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BIS자기자본비율이 8~9% 정도 돼야 부실하다고 판단되는데, 예보는 건전성이 양호한 14%대 회사까지 검사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뚜렷한 현안이 없는데도 사전예방이라는 취지로 진행한다"며 "그러다보니 단순 자료수집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보가 무리하게 검사권을 강화하는 이유는 조직인력 운용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력은 많은데 업무 활용할 곳이 없다보니, 검사권 확대로 이를 메우려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1년 예금보험공사의 인력은 584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말 인원은 총 727명으로 급증했다. 저축은행 사태 때 부실회사 관리 명목으로 인력을 대거 뽑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실회사가 줄어 예보의 잉여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도 예보의 인력감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보 입장에서는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 남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 검사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최근 취임사 및 국정감사에서 "부실 사전예방 기능(검사권)을 강화할 것"이라며 "공동검사 등 금감원으로부터 자료 공유가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예보는 '금감원 공동검사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까지 발주한 상태다.
 
한은도 단순히 자료수집 위해 공동검사를 청구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금융회사에 자료제출권을 제시하거나 금감원에 자료공유를 요청할 수 있는데도, 과도하게 공동검사를 통해서만 금융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은이 금감원에 요청한 공동검사 청구 건수는 10건 미만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청하면 금감원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의 단독검사보다 한은의 공동검사를 더 기피하는 모양새다. 한은이 뚜렷한 현안 없이 자료수집을 위해 검사를 무분별하게 진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검자인 금융회사는 공동검사 때마다 한국은행이 요청한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리해야할 자료들이 엑셀로 1만8000페이지에 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것으로 부족하니까 전문 데이터 베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료를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뚜렷한 현안이 없는데도 공동검사를 추진하는게 부담"이라며 "금감원도 같이 오게 되니까 수검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1998년 은행감독원 분리 후 넘어간 검사권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2011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감원에 통화신용정책 관련 공동검사 요구권을 갖게 된 이후에도 검사권 확대를 계속 요구 중이다. 이 때문에 검사권 확대를 위해 목적없이 공동검사를 요청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 등 수검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동검사권은 법에도 나와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위성백 사장이 지난해 9월 18일 취임했다. 사진은 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 예보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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