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밀수' 조현아·이명희 '집유'…"실형 선고할 사건 아냐"(종합)
'갑질' 수식어 붙는 모녀에 "직원 처지 이해하라"며 사회봉사 명령도
입력 : 2019-06-13 16:10:13 수정 : 2019-06-13 19:18:21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어머니 이명희씨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법원은 자가소비용이었을 뿐, 밀수품을 국내시장에 유통해 판매차익을 남기고 유통질서를 교란시킬 의도가 없었다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한 사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13일 관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480만원에 추징금 6300여만 원을, 이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700만원에 추징금 3700여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갑질수식어가 붙는 두 사람 모두에게 직원들의 처지와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주식회사 대한항공엔 무죄가 선고됐다. 밀수를 도운 직원 A씨와 B씨에 대해선 피고인들과 가족들 생계의 원천이자 자아실현의 장인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시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고가 유예됐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3일 오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조 전 부사장과 이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여러 차례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한진가 모녀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4개월을, 이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오 판사는 조 전 부사장은 201412월 부사장직을 사퇴한 후 대한항공에서 직책이 없었고, 이씨는 처음부터 직책이 없었음에도 대기업 회장의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직원들을 범행의 도구로 전락시켰다피고인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초점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은 범죄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보다는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더 중시할 것을 요구한다사회적 강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회적 역할이 크다는 이유로 약한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처럼 범죄행위의 내용과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엄벌 일변도로 나가서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직원들을 인격을 가지고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목적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마음대로 해도 좋은 도구적 존재로 취급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과 자기반성·기업 내 법규를 준수하려는 노력과 이를 감시하는 제도의 정착·강자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려는 용기등 기업과 사회 내 시스템을 통해 해결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엄밀히 말하자면, 이 사건에서 직원들은 피고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아니고, 범죄행위의 공범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2012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명품 의류와 가방 등을, 이씨는 대한항공 해외지사 등을 통해 구매한 도자기와 장식용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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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사회부에 왔습니다. 법조계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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