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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징계 요구받고 '극단적 선택', 업무상 재해"
'원고 패소' 원심 파기…"업무·사망 인과관계 인정"
2019-05-22 06:00:00 2019-05-23 18:55:1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감사원 감사를 받고 회사로부터 문책요구서까지 받은 스트레스로 자살한 서울메트로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망한 메트로 직원 김모씨의 부인 장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망인은 감사원이 망인 등을 조사하고 망인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자, 자신이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그 결과 승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구상권 청구까지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망인의 발언이나 행동 등에 비춰 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계속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자살 직전에는 이상 행동에까지 이르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은 자살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서를 남겨놓지 않았고,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로프를 나무에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망인의 자살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은 평소 밝고 유쾌했고, 동료들과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감사원 감사를 받기 전까지는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었으므로,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A기업 스크린도어 설치공사 관련해 부가가치세 영(0)세율을 적용해야 함에도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공사대금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받았다. 담당 직원이었던 김씨는 2011년 4월부터 그해 6월까지 감사원으로부터 2회 조사를 받았고 감사원은 김씨 등에 대해 정직 처분하라는 문책요구서를 회사에 보냈다. 그해 11월 회사로부터 문책요구서 사본을 교부받은 김씨의 징계는 이후 감봉 3개월로 감경됐다. 
 
김씨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알게 된 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했으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고 사무실에서도 자주 넋이 나가 있는 게 발견됐다. 사망 2주 전부터는 자책하면서 "회사 사람들이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책요구서 사본을 받은 뒤에는 불면이 더 심해졌고 다음 날 김씨는 등산로에서 목을 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다. 부인 장씨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복지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망인은 감사원의 감사로 어느 정도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는 보인다"면서도 "망인이 평균적인 근로자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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