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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국산차 증가, 실효는 기대 이하
올해도 OEM 라인업 증가…판매기지 전락 우려
2019-05-12 20:00:00 2019-05-12 20: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무늬만 국산차’, 즉 해외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로 수입해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차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고용 창출효과가 없는데다가 자칫 국내시장이 판매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OEM 수입차 규모는 2만155대로 2017년(1만7658대)보다 14.1%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OEM 수입차는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이 양분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QM3, 클리오, 트위지, 마스터 등, 한국지엠은 임팔라, 카마로, 볼트 EV, 볼트 PHEV, 이쿼녹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OEM 수입차 판매는 4249대로 전년 동기(4040대)보다 5.9% 증가했다. 이 중 르노삼성은 2335대로 18.2% 감소했지만 한국지엠은 1944대로 63.9% 늘었다. 올해도 양사는 OEM 수입차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지엠은 올 가을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도 빠르면 다음달부터 마스터 버스 모델 등을 선보인다.  
 
하지만 OEM 수입차가 기대만큼 판매량이 받춰주지 않는데다가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기 때문에 국내 고용 창출이나 공장가동률 확대 등의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늬만 국산차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에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말 서울모터쇼에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한국지엠의 중형 SUV 이쿼녹스의 경우 지난해 6월 출시된 후 경쟁 모델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6개월 간 판매는 1718대에 그쳤다. 올해 4월까지는 432대로 월 1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종설이 돌고 있는 임팔라는 4월까지 122대로 전년 동기 대비 79.3% 감소했다. 카마로는 지난해 12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78대로 5.4% 증가에 그쳤다.
 
르노삼성의 해치백 클리오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2018년 3652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4월까지 판매는 454대에 불과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철수설’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다가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으면서 OEM 수입차 확대를 통해 위기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르노삼성 부산공장 신규물량 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OEM 수입차 증가가 국내시장 철수의 명분이 되거나 단순한 판매기지로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OEM 수입차는 해외에서 완성차의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효과가 없으며, 해외에 비해 도입 시점이 늦어져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높게 책정된다”면서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로 도입되면서 QM3 이외에는 성공적인 사례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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