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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조업 시대)'국내 1호 스마트공장 도입' 동양피스톤…'불량률 제로'로 생산성 3배 향상
5대 뿌리산업 공정 포함 방향성 제시…자동화 80% 이후 '정보화' 본격 도입
생산성·품질 극대화한 '미래형 공장' 시도…글로벌 점유율 9%, 더 큰 시장 기대
2019-05-13 20:00:00 2019-05-13 20:00:00
[안산=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국내 1호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인 동양피스톤(092780)은 완성차업체 부진에 따른 여파를 실감하지 못한다. 44개 전 라인이 밤낮 없이 가동되는 생산현장은 '불 꺼진 산업단지'로 상징되는 제조업 위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국내 완성차 수요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 동양피스톤의 글로벌 피스톤시장 점유율은 세계 4위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동양피스톤 안산공장에서 만난 김재현 동양피스톤 전략기획이사는 "산단이 침체됐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업체 간 직접적인 교류는 거의 없다보니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현대차는 최근 몇 년 물량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올해는 펠리세이드의 인기로 오히려 증가했다"며 "글로벌 시장 다각화에 성공한 결과 국내산업 침체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피스톤 데이터센터 모습. 공장 내 부착된 각종 센서정보가 한 곳에 모여 APS(계획수립시스템)와 CPS(가상물리시스템)가 작동된다. 사진/강명연 기자
 
동양피스톤이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것은 다름아닌 스마트공장 도입이다. 독일의 말레, 미국의 페더럴모굴 등 프리미엄 완성차에 납품하는 글로벌 경쟁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합리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품질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1995년 일본 이스즈자동차를 시작으로 2001년 미쓰비시자동차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이미 상당부분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스마트공장 도입이 훨씬 유리했다.
 
동양피스톤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총괄한 이정근 에코사업부 팀장은 "스마트공장은 기획·설계부터 생산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똑똑한' 공장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동양피스톤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자동화와 초기 스마트공장 도입에 500억원 이상 투자해 중간1 수준(설비 정보를 최대한 자동으로 획득하고 모기업과 고신뢰성 정보를 공유해 기업 운영의 자동화를 지향하는 수준)을 갖춰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과 품질혁신 노력에 힘입어 2005년부터 미국의 3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에 납품했고, 2015년부터는 BMW와 아우디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안산공장 제조공정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여년에 걸쳐 이미 80% 수준의 자동화를 완성해놨다. 라인별로 1~1.5명이 근무하는 시스템 역시 스마트공장 구축 전부터 유지되고 있다. 이후 2016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첫 대표 스마트공장 지정으로 2년에 걸친 '정보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스마트공장의 핵심인 정보화는 현장에 적용 가능한 데이터 수집과 가공을 의미한다. 고객사 요구에 즉각 대응하는 맞춤형 설계관리(PLM) 등 유연생산시스템(APS)을 비롯해 일부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생산계획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는 과정을 소프트웨어로 연결시켰다. 
 
주조공정은 고객사의 요구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생산시스템으로 개선됐다. 라인당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실시간 생산현황과 품질 등을 고객사와 공유할 수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자동화에 머물러 있던 생산현장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효과는 뚜렷했다. 작년 말 기준 3년 만에 생산성이 25% 향상됐고 불량률은 85% 감소했다. 2015년 첫해 90만개 미만의 수주로 시작한 BMW 수출은 매년 늘어나 올해 연간 200만개 수출이 예정돼 있고, 2022년까지 330만개까지 늘어난다. BMW가 공급받는 전체 피스톤 물량의 30%가 넘는 규모다. 이 팀장은 "작년 말까지 BMW에 총 공급한 400만개 중 한 개도 불량이 없었다. 이런 회사는 처음봤다고 얘기한다"며 "프리미엄 완성차업체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뚫을 수 없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스마트공장은 이를 가속화하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첫 대표 스마트공장인 만큼 중간2(모기업과 공급사슬 관련 정보 및 엔지니어링 정보를 공유하며, 글로벌 계획 최적화와 제어자동화를 기반으로 실시간 의사결정 및 제어형 공장을 달성하는 수준) 이후 고도화(사물과 서비스를 IoT·IoS화해 사물, 서비스, 비즈니스 모듈간의 실시간 대화체제를 구축하고 사이버 공간 상에서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수준) 단계도 시도 중이다. 동양피스톤은 현장을 서버에 그대로 옮긴 '가상 공장'을 구축해 관련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있다. 제품 품질과 고장 발생을 예측해 생산과 유통과정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미래형 공장'으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물리시스템(CPS)이 핵심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센서 등이 부족해 적정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제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비용 대비 효율성 등을 고려해 추가 투자 여부 등을 고려 중이다.
 
이 팀장은 "가상공장을 구축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센서가 필요하다. 연구개발(R&D) 차원에서 진보시킬 필요는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나 LS산전 등은은 대부분 도장 등 불량이 많은 특정 공정에만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양피스톤 역시 우선 불량률이 높은 공정을 중심으로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동양피스톤은 정부의 스마트공장 사업 이전인 2010년부터 통계적 공정관리(SPC)를 도입했다. 위치별 센서를 통해 불량률을 찾는 것을 넘어 중심점을 벗어나지 않는 품질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동양피스톤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내 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현재 동양피스톤의 글로벌 점유율 9% 외에 나머지 91%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전 라인의 위치별 규격 데이터 확인을 통한 중심치 관리 등 품질률을 끌어올리는 노하우가 불량률을 크게 낮춰 생산성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안산공장만 해도 2009년 이후 오히려 여유 공간이 늘었지만 생산량은 3배 이상 늘어날 만큼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동양피스톤은 연결 기준 작년 매출액 3322억원에서 2022년 504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근 팀장은 "우리 공장은 주조·금형·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등 6대 뿌리산업 공정의 5가지가 포함돼 있다. 산업의 쌀인 기초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셈"이라며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제조업이 기반인 만큼 노하우를 활용할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미래 먹거리인 수소차 시장 진출과 함께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쌓은 노하우로 신산업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시장이 급격하게 작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글로벌이라는 더 큰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안산=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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