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이징 미련 진작 버렸어야”
2019-03-11 00:00:00 2019-03-11 12:07:42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현대자동차로서는 진작 베이징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야 했다.”
 
지난주부터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현대차 베이징 1공장이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산업의 내부를 이해하고 있는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좀 더 빨리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는 인력 재배치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폐쇄나 가동중단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룹 내부에서 오랜 기간 논의가 됐으며, (베이징 1공장)의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합작사인 베이징 기차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과거의 영광과 이별을 고한다는 점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정의선 그룹총괄수석 부회장이 빠른 시일 안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1일 중국 베이징 예술 단지 798예술구에서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에 참석한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 부회장(현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이 말하는 현대차 베이징 탈출론의 근거는 베이징시 지역에서의 이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중국시장 공략의 기반을 둔 베이징시의 자동차 판매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베이징시는 교통마비와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자동차 번호판 할당제를 도입, 투표를 통해 뽑힌 자동차 구입 신청자들에게만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다. 번호판 발급건수도 매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시장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생산은 늘고 있으며, 워낙 많은 메이커들이 집결해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를 늘리려면 정부구매(G2C)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20년 전 만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정부 구매가 주도했고, 관용차, 경찰차, 택시 등의 구매시 업체와 정부간 ‘꽌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현대차가 중국 진출 초기부터 성공을 거둔 배경도 베이징시와의 꽌시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G2B 시장도 실력을 갖춘 로컬 업체들의 참여로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A/S)가 자동차 구매에 있어 주요 결정 요소이지만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 오른 중국 젊은이들은 쓰다가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 산다는 의식이 강해 AS보다 제품 가격을 중요시한다. 또한 최고급 외제차량이 아니라면 실속 있는 로컬 브랜드 차량을 선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 정문 주차장을 보면 자동차 브랜드 위상을 알 수 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 때 베이징 시내 호텔 정문 주차장에는 현대차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보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면서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평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중국 산업구조를 들여다보면 현대차가 베이징을 버릴 경우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국은 구 소비에트연방(현 러시아)의 지원으로 진행된 제1차 5개년계획(1·5계획)까지 독점과 수직통합, 즉 한 업종에 원칙적으로 하나의 국유기업을 세우는 특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1958년 ‘대약진’의 시기를 보내며 이러한 모델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방도시들도 각 업종별로 공장을 건설토록 했다. 소련과 베트남 등과의 전쟁에 대비해 어느 한 지역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지역의 산업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제3선 건설’이 대표적이다. 1·5계획으로 구축한 공업 기반을 복제하듯이 내륙부에 한 번 더 구축한다는 것으로, 쓰촨성·산시성·구이저우성 등에 수많은 국유기업들이 신설되었다. 자동차 브랜드가 엄청나게 많은 이유도 이러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중앙 정부가 건립한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통합구조를 갖췄다. 반면, 지방정부 산하 기업들은 자금 여력 부족으로 자동차의 최종 조립을 담당하는 기업과 엔진 메이커, 트랜스미션 메이커 등이 따로 존재해 수직분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 지방정부들은 아직 외국기업의 참여를 기다리며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용차로 구매하겠다고 한다. 현지 기업들도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로부터 노하우를 익혀 경영·생산혁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이들 도시들은 여전히 성장중이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 성장 기대율도 높으며,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점에서 놓고 본다면 당초보다 늦게 충칭공장을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대차로선 뼈아팠을 것이다. 적어도 2014년을 전후해 현대차는 베이징에서의 부진을 예견하고 내륙지역으로의 진출을 노렸을 것이며, 충칭을 거점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중앙정부는 현대차의 전략을 인정하지 않았고, 허가를 미루면서 로컬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칭시와 같이 중국내 새로운 지방도시와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현대차에 필요한데, 이는 한-중 국가간 관계 개선이 우선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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