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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회담 밀고 끈 문 대통령, '중재자' 넘어선 사실상의 '운전자'
고비 때마다 주도적으로 협상 조율…기념주화에 새겨진 '이름·태극기'도 공로 확인
2019-02-26 18:16:26 2019-02-26 18:25:4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한반도 평화체제의 분수령이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상의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북미 정상과 친분을 쌓으며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가 되어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차 북미회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로는 미국 백악관이 지난 23일 공개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에서도 확인된다. 주화 앞면 상단에는 '평화를 향한 새로운 길'(New Avenue Towards Peace)이라는 문구가 새겨졌고 그 아래 '하나의 평화 세 명의 지도자'라는 문구가 한글로 표시됐다. 중앙엔 2차 회담을 뜻하는 숫자 '2'와 영문으로 '평화회담'이 배치됐다. 숫자 좌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이, 문 대통령의 이름이 위쪽 중앙에 위치했다. 하단에는 '비범한 시절에는 대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영어로 들어갔다.
 
주화 뒷면에는 '전환점-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 '평화회담, 베트남 2019'가 영문으로 새겨졌다. 그 밑에는 성조기와 태극기, 인공기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문 대통령과 태극기가 기념주화 앞·뒷면 중앙에 배치돼 북미를 중재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엔 참석하지 않지만 (북미 관계와 비핵화의) 중재자·촉진자의 면모를 인정하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번 2차 북미회담은 여러모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다. 회담시작부터 성사까지 우리 정부가 깊숙하게 관여해 왔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지난 1월 19일~2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스웨덴 '합숙 담판'에 우리 측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여했다. 두 나라의 정상회담 실무협상 단계에 제3국 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북미회담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패' 하나를 쥐어준 셈이다.
 
청와대의 자신감은 25일 '북미 종전선언 공론화'에도 드러난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하고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입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번 북미회담 성과 최소치를 '정전선언'으로 보고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가 개방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하며 '신한반도체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성공적인 2차 북미회담을 전제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동맹,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많다"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28일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중재자, 촉진자' 문 대통령의 움직임은 더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이 가시화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을 마치는 대로 회담결과를 전화로 공유하겠다"며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 혹은 지난 9월 합의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핵화 상응조치로 '남북경협'이 유력 거론되는 만큼 문 대통령의 주도적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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