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한국 게임산업, 과거 혁신성 잃어…장르·플랫폼 도전 나서야"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바람의나라' 즐기는 일본인 동료 보며 국내 게임 혁신성 발견
"넷마블·카카오 나선 넥슨 인수…최악 상황은 면해"
입력 : 2019-02-27 06:00:00 수정 : 2019-02-27 06: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연초 한국 게임산업은 '넥슨 매각설'로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내 최대 게임사가 통째로 해외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데서 비롯된 위기감이 국내 게임산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텐센트, 디즈니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인수 후보로 오르내리며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유관 부처와 산업계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며 침묵했다. 이 가운데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해 넥슨 매각의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며 학계와 정치권의 목소리를 모아 이목을 끌었다. 한국게임학회장 부임 2년 차를 맞은 위 교수를 서울시 동작구 중앙대 연구실에서 만나 게임산업의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한국게임학회장 2년 차를 맞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한국게임학회
 
인터넷 산업, 특히 게임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게임은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고 환영받는 산업도 아니지 않나.
 
1990년대 '바람의나라(넥슨)', '리니지(엔씨소프트)'가 출시되면서 당시 한국 게임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대학원 유학 시절 만난 일본인 후배 한명이 바람의나라 이용자였는데 특이하게 느껴졌다. 일본은 소니를 필두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국가인데 일본인이 한국 게임에 열광하는 것을 목격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한국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며 기술 혁신을 수반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게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콘솔·PC게임은 네트워크로 이어지지 않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만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클라이언트와 서버 프로그램이 들어갔다. 한국 게임사가 혁신의 중심에 있었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한국 게임의 특징은 '커뮤니티'다. 온라인게임은 서버마다 각 이용자의 플레이가 다르다. 이용자와 개발자가 게임을 함께 만드는 모델이다. 일본의 콘솔·PC게임 개발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 이용자와 개발자가 소통한 최초 사례를 한국 게임사가 만들었는데 이것은 혁신이다. 이에 흥미를 느끼고 게임산업의 혁신모델을 20여년 동안 연구했다.
 
20여년이라는 연구 기간 동안 게임산업은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게임사에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게임산업은 특이하게 정부의 천대를 받고 자랐다. 국내 산업 중 자생으로 성장한 최초 모델이다. 정부는 규제만 했지 진흥에 관심 두지 않았다. 이 규제를 뚫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초기 혁신자들이 있었다. 1세대 게임산업을 이끌었던 리더들이 공격성을 다 잃었다. 대형 회사는 안정성만 좇고 중소개발사는 하루 연명하기 급급한 게 현실이다.
 
대형 회사는 자급력을 가진 만큼 새로운 지식재산권(IP),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자체의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서다. IP를 재탕한 게임이 단기간 매출 극대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콘텐츠 소비속도를 빨라지게 해 장기적으로는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게임산업이 혁신·공격적으로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과거와 달리 회사 경영진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년 게임산업에서 업계가 무슨 역할을 했나 살펴봐야 한다. 사업자는 부를 축적했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았나. 회사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나와 언급한 적이 없다. 지난해 게임 질병코드 등재라는 심각한 이슈를 앞두고 방준혁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게임 창업자 4명에게 원탁회의를 제안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그들의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들은 게임산업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보낸다. 게임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불만을 가진 학부모나 단체를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셧다운제(게임 시간제한), 게임 결제 한도 등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각 게임사가 먼저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게임산업을 얘기하며 넥슨 매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텐센트에 매각 △컨소시엄에 매각 △일부 기업에 부분 매각 △매각 실패·현상 유지 등 '넥슨 매각 4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배경과 현재까지 추이를 평가한다면.
 
4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 컨소시엄 매각과 매각 실패를 꼽았다. 국내 산업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일부 기업에 부분 매각이었다. 현재 일부 기업에 부분 매각에 근접했다. 당시 인수에 참여할 기업으로 카카오, 넷마블 등을 명확히 꼽기도 했다. 다만 그 배후에 텐센트가 어떤 형식으로든 관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넷마블과 카카오가 인수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각 사업자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세계 5대 게임사를 목표로 천명했지만 현재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한참 미치지 못한다.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게임 매출로만 20조원을 벌지만 넷마블은 2조원대에 불과하다. 주요 매출도 아시아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 상황에서 넥슨이 매물로 나왔고 넥슨을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글로벌 게임사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사업 전략 관점에서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이들 기업이 인수전에 나서면서 국내 게임 산업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최악의 경우는 텐센트에 넘어가는 것이었다. 텐센트도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매각 추정가인 10조원을 들여서까지 넥슨을 인수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국내 게임에 대한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가 2년 넘게 발급되지 않고 있다. 중국 판호 발급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국내 게임사는 중국 퍼블리셔(배급사)로 텐센트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달 텐센트, 넷이즈가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중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중국 정부는 게임 기반 교육이나 중국 문화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 수천개의 중국 게임이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중소 게임사들은 텐센트·넷이즈 양강 체제로 굳어진 중국 게임산업을 뒤집을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도 대량으로 판호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국 게임에도 내주지 않는 판호를 해외 게임에 내주겠는가.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외교적 결정이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현재 미·중 통상 마찰은 호재다. 미국이 중국에 IP 보호 강화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도 IP를 보호하는 국가라는 것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이런 무역환경에서 한국 정부도 중국에 강력히 압박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개별 기업 이슈가 아니다. 
 
한국게임학회장으로서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앞으로 계획도 밝혀달라.
 
지난 1년 동안 학회 위상이 제대로 섰다. 학회에 많은 교수가 참여해 뜻을 모아 활동했다. 정부를 상대로정책 집단의 기능을 했고, 산업계와 일반 사회 간 관계도 개선했다. 특히 학회 본연의 기능인 연구에서 양질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라는 것이 단기간에 이뤄지진 않지만 춘·추계 학술제를 통해 연구의 기초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는 산업계와 공동연구, 해외 학회와 교류 등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코드에 맞서 '질병코드 저지 연대' 등을 발족해 게임산업협회나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사안에 학회가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외에도 게임 생태계 복구, 정부 정책 평가·제안 등 공헌 활동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 사진 가운데가 위정현 교수.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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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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