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은행권 ‘노동이사제’ 불씨 살릴까
KB금융·기업은행 노조, 사외이사 추천 나서…공운법 등 선결과제 존재
입력 : 2019-02-14 20:00:00 수정 : 2019-02-14 20: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달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근로자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재점화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절반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데다 KB금융(105560)지주에 이어 기업은행(024110)까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공식화하면서 여타 금융기관에 확산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다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이뤄지지 못하는 등 선결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주주제안서를 이사회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은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왼쪽에서 두 번째),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최석문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KB노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22일까지 노동계 및 인권 분야에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받을 계획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3명 가운데 이용근 이사의 임기가 18일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사외이사 선임부터 노동이사제를 추진해 의사결과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는 2017년 공약 이후 시들해져가는 문재인정부의 ‘노동이사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 개정 등의 문제로 근로자가 참관하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만 수자원공사 등 9개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 2017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역시 참관제만 가능하며 법적인 이사 추천권한은 없다.
 
중소기업은행법상 전무이사와 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하게 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외이사 선임은 은행장 제청 없이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금융위가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며 “이번 노동이사제 추진은 노사가 경영에 함께 참여해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경영권 침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B금융 노조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근로자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에 나섰다. 지난 7일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이사회에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백 변호사는 KB노조가 2017년 11월과 작년 3월 각각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데 이은 세 번째 후보다. 노조는 전체 0.194%에 해당하는 주주 위임장을 받았으며, 백 변호사의 선임은 다음달 27일개최될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신한지주(055550)의 경우 올해부터 상시적인 사외이사 후보군(Long list) 구성을 위해 주주들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주주추천 공모제’를 시행한다.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는 다른 경로를 통해 선별된 후보군과 동일한 심사 과정을 거쳐 신임 사외이사로 오를 수 있다.
 
현재 신한지주에서는 1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박철 이사 등 6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다만 신한은행 노조 차원에서 당장 노동이사제를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 김진홍 신임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이 이날 공식 취임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서다.
 
이밖에 KEB하나은행과 우리금융지주(316140)(우리은행) 노조 역시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진용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로선 노동이사제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앞으로 상황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초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완료 전까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통한 완전 민영화가 우선순위라는 이유에서다. 단 자사주를 지속 매입하며 보유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2017년 말 우리사주조합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변경했으며 이후 올해 초까지 자사주를 지속 매입하고 있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우리사주조합에서는 6.45%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자사주 비중은 은행 노조 가운데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당장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기보다는 민영화를 우선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들해진 노동이사제에 탄력을 주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등을 근절하기 위해선 노동자 경영참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노동이사제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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