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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기 신도시 건설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
2019-01-18 06:00:00 2019-01-18 06:00:00
왕숙천(王宿川)의 겨울이 뜨겁다. 그것은 정부가 작년 12월 19일 이곳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여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체 공급가구 12만 2000가구의 절반 이상인 6만 6천 가구가 이곳에 건설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왕숙(王宿)’이란 이름은 말 그대로 ‘왕이 묵었다’는 뜻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川)가 흐르는 이곳의 한 마을에서 묵고 갔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조선의 일곱 번째 임금인 세조가 ‘광릉(光陵)’에 묻힌 것을 두고 그렇게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광릉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하고 있는데, 왕숙천은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에서 발원하여 광릉이 있는 남양주시, 그리고 이웃해 있는 구리시를 지나 강동대교 부근에서 한강에 합류하는 총 길이 37.34km의 하천이다. 또한 왕숙천 인근의 ‘동구릉(東九陵)’에는 조선 왕과 왕후 등 모두 아홉 개의 능이 있어, 그야말로 왕숙천을 둘러싼 환경은 조선 왕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3기 신도시는 이곳 왕숙과 더불어, 하남 교신, 과천, 인천 계양 등 모두 네 곳이다.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상식의 범주에서 보면 우선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거기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광역버스(BRT)와 같은 광역교통망 개선을 골자로,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미래 성장을 이끌 정보통신·바이오와 같은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은 기존의 신도시에서 비롯된 교훈을 바탕으로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필자가 3기 신도시 발표를 듣자마자 가장 우려했던 것은 과연 향후의 인구 문제 및 그와 관련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S. Dent, Jr. 1950~ )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경고로 들린다. 인구절벽이란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좁은 의미로는 소비가 왕성한 40대 중·후반의 인구가 줄어 급격하게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즉, 인구절벽의 도래는 경제 위축을 넘어서서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통계청도 2016년에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속히 감소할 예정이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더하여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통계도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이미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채 1명이 안 되어 세계 최저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근거가 된다. 이는 물론 국가 전체의 운명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군다나 3기 신도시가 완성된다고 예측하는 7년 후인 2026년 무렵,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통계와 맞닿는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점점 가속 폐달을 밟을 것이다. 2026년은 1986년생이 만 40세가 되는 나이다. 이때를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 즉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3, 40대들이 신도시의 주거 계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과연 신도시는 활기를 띤 도시로 변모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3기 신도시가 성공하여 수도권이 건강한 도시, 자족 도시로서의 기능을 다하기를 바라는 미음 간절하지만, 그것은 곧 수도권의 팽창을 의미한다. 역으로 지방도시에게는 인구감소를 불러온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지방도시는 도시의 쇠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더 요원해진다.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도쿄 도심에서 전철로 2,30분만 가면 얼마든지 빈집을 볼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사례의 하나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142만 명.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49.6%인 2551만 명. 왕숙천과 이웃하며 잠든 채 후손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조선 왕들. 그들의 근심이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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