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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총제작비? 홍보마케팅비?...영화의 리스크 경제학
2019-01-16 13:31:56 2019-01-16 13:31:5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는 규모의 경제학 논리가 지배하는 산업이다. 얼마만큼의 자본이 투입됐는지에 따라 그 상품의 가치가 오르고 내려가는 결과가 나온다. 이 지점은 상품을 구매하는 수요자들에게 일종의 착시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그래서 블록버스터와 중소규모 상업 영화, 독립 영화 등의 구분이 이뤄진다. 사실 이 지점이 규모의 경제학 논리 핵심은 아니다. 영화는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히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오롯이 관객들의 선택이 성패를 좌우한다. 때문에 규모즉 투입된 자본은 앞서 언급한 착시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잠재적 의무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투자사와 제작사 들은 그 투입된 자본 공개하지만 반대로 꺼리는 측면도 강하다. 가이드 라인 개념으로 ‘000억대정도만 드러낸다. 과시의 측면도 강하지만 그 뒤에 내포된 리스크 관리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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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총제작비?
 
영화 기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제작비그리고 총제작비개념이 있다. 제작비는 말 그대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투입된 자본이다.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제작과정인 프로덕션그리고 후반 작업인 포스트 프로덕션에 투입된 총 자본이다. 여기에는 배우 출연료, 감독 연출료 및 스태프 인건비도 포함된다. 순수하게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들어간 이 제작비가 된다.
 
반면 총제작비는 앞서 언급한 제작비에 홍보 마케팅비용 즉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20억대의 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
 
두 개념은 영화 산업을 취재하면서 공공연하게 비밀로 부쳐진다.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 제작사나 투자사 등에서 사실상 공개를 꺼린다. 대략의 개념 정도로만 언론에 공개가 된다. “‘100억대혹은 ‘80억대가 투입된정도로 해당 영화의 규모가 남다른 점을 부각시킨다. 자본의 규모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 그리고 볼거리가 충족되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들은 선택의 폭을 줄일 수 있다. 볼거리와 오롯이 비주얼 결과물로 따지는 영화이기에 자본의 투입량은 분명히 중요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제작비를 공개하고 홍보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하는 점은 그만큼 볼거리가 풍족하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이다면서 사실 중요한 홍보 포인트로서 작용할 수 있다. 100억짜리 영화와 1억짜리 영화 두 편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100억짜리 영화에 더 많은 볼거리가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 돈의 규모는 기본적인 홍보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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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꺼리는 홍보마케팅 비용
 
사실 제작비와 총제작비의 개념 차이보단 이 두 가지를 나누는 홍보마케팅 비용(P&A)의 개념이 더 흥미롭다. 최근 개봉을 앞둔 한 영화의 홍보마케팅 담당자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 우리도 알 수가 없다.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에서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투자 배급사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이미 알려진 대로 제작비 ‘000억 규모정도로만 공개하겠다며 언급을 꺼렸다.
 
이처럼 영화 관계자들이 홍보 마케팅 비용 공개를 꺼리는 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앞서 언급한 리스크 관리 때문이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거론될 수 있다. 대작 영화의 경우 10억 이상의 홍보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다. 웬만한 독립영화 제작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정도의 금액이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할 경우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가 받는 타격은 의외로 만만치 않다. 제작 능력 부족과 기획력 및 기타 홍보 마케팅 능력 부족 등 여러 지점에서 지적 받을 위험을 스스로 공개하는 꼴이 된다.
 
두 번째는 영화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이다. 홍보 마케팅 비용이 얼만큼 투입됐는지에 따라서 영화 전체의 손익분기점 자체가 달라진다. 투자 대비 자금 회수 포인트가 그만큼 높아진단 얘기다. 영화 상영 일수가 관객들의 수요와 여러 기타 제반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기에 손익분기점 산출 자체는 사실상 추산의 개념일 뿐이다. 일례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지난 해 10 31일 개봉 이후 16일 현재까지 전국 505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수입 영화이지만 절대적으로 이례적인 행보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계산된 홍보 마케팅 방식이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영화 관계자는 총제작비가 아닌 P&A 비용이 제외된 순제작비를 공개하는 방식이 최근 추세다면서 이는 추후 부가판권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익분기점 자체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영화를 흥행 실패흥행 성공영화로 만드는 계산이 깔려 있다. 손익 분기점을 넘긴 흥행 성공 영화로 둔갑시키면 부가판권 판매에도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해 개봉한 한 대작 영화가 대표적이다. 100억대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극장 누적 관객수로는 분명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부가판권 수익을 합친 지점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를 홍보하는 보도자료까지 언론에 배포된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자세한 홍보마케팅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순한 수익 개념 대입일까?
 
홍보마케팅 비용이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 입장에서 민감한 이유가 되는 것은 사실 다른 지점도 있다. 일종의 전략 노출을 사전에 방지한단 개념도 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남에서 국내 영화 시장은 관객 집중 현상이 상당히 크다면서 홍보 마케팅 방식은 사실 특별하게 제시될 새로운 방식은 없다. 어느 정도의 물량 공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홍보 마케팅 규모에 따라서 경쟁사에 홍보 마케팅 방식을 노출 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외비로 분류된 내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단 얘기다. 실제 지난 해 연말 한 유명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의 경우 충무로에서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가 흥행 포기를 했단 루머도 있었다. 이 영화의 경우 별다른 이벤트나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하며 극장가에서 일찌감치 사라졌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해 추석 시즌과 올 겨울 극장가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협소한 성수기 시즌에 대작들이 몰린다. 그 대작들은 상대 투자 배급사의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흥행 성공을 위해 바짝 긴장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얼마를 썼다라고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스스로 버리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한국 영화의 흥행 성적이 극도로 저조하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충무로의 자금도 얼어 붙게 된다. 대작 기피 현상이 고개를 들면 자연스럽게 홍보 마케팅 비용도 바닥으로 끌어 내려진다. 영화 산업은 규모의 경제학일 수도 있지만 전적으로 리스크 경제학이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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