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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재계, '경제활력 살리기' 접점 찾을까
정부, 투자·고용확대 주문 예상…재계, 규제개혁 등 환경개선 제기 기회
2019-01-13 20:00:00 2019-01-13 2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 기자] 15일 열릴 청와대 타운홀 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은 ‘경제 살리기’를 놓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탄력을 잃고 실업률이 10년 만에 최고로 올라간 상황에서 고민이 깊다. 하지만 기업의 협력만을 기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기업 역시 핵심 사업 실적이 저하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발굴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 무엇보다 기업인들의 국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지난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답하면서 300조원 이상 투자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올해는 바이오, 5G,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한 당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어깨가 무겁다. 앞서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처럼 5G도 삼성이 선도해 달라”고 주문한 만큼 이 부회장이 신사업 관련 투자 방안을 추가적으로 내놓을지 주목된다. 재계 2위 현대차의 부담도 크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직접 언급한 만큼 타운홀 미팅 이후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다시금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동반성장’ 기조를 성공시키는 데도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이 총리와의 만남 때 언급한 상생의 선순환과 미래인재 육성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를 풀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경우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와 중소기업 상생방안 마련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 물적 분할, 구광모 회장의 물류회사 판토스 지분 매각 등으로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나섰지만 일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아 논란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상생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최근 국내외 계열사 하청업체들로부터 전 방위적인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생 책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정 이념의 핵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5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 측정을 적극 추진해 왔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측정해 인센티브를 준다든가 카이스트, 연세대 등과 손잡고 사회적 기업가를 길러내는 일 등이다. 문 대통령은 최태원 회장과 여타 기업들에게 사회적 가치의 실천 확산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들은 글로벌 경기악화 속에서 경영을 위축시키는 각종 요인들을 개선해 줄 것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신산업 규제개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하 등이다. 먼저 AI, 바이오, 5G 등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성장 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요청할 전망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 대비 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아 원천 기술의 해외 유출과 초기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각종 연구기관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세금 부담 역시 해외 기업 대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상반기 한국 반기보고서와 미국 분기보고서의 연결손익계산서의 법인세 부담 비중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28.0%)가 애플(14.0%)보다, 현대차(24.9%)가 포드(13.9%)보다, 포스코(31.0%)가 뉴코어(Nucor)(23.5%)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돼야 하는 시기에 과중한 세금 부담으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노동정책에 대한 속도조절도 필요하다. 재계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온 만큼 정부의 신중한 도입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과감한 투자와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법안에 대한 개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수들이 개별 기업 현안에 대해 정부에 구체적인 요청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정부와 총수가 개별 기업에 대한 이슈를 나눴다가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어 이번 만남에는 정부 기조에 따른 기업의 계획을 내놓고 재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요청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가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건의도 조심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왕해나·권안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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