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암호화폐 가상계좌 규제 올해도 고삐 죈다
FIU·금감원, 이달 말 자금세탁 중간점검…은행권 "우회적 압박 지속 우려"
입력 : 2019-01-13 22:00:00 수정 : 2019-01-13 22:04:1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도 은행권에 강도높은 암호화폐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국이 표면적으로는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건전한 규제 도입을 유도하는 듯 하지만, 당국의 관할권 안에 있는 은행의 목줄을 죄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하는 우회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가상계좌 시스템을 갖춘 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점검에 들어간다. 가상계좌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개설한 법인계좌와 연관된 계좌다. 이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의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미비한 점이 없는지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거래소의 모든 계좌에 대한 금융사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가 '집금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유치해, 거래소의 경영자금을 예치해둔 '비집금계좌'로 빼돌리는 악용 사례에 대한 금융사의 점검 상황을 점검한다. 금융사는 이상거래가 발견되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거래목적이나 자금원천 등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취급을 명시적으로 막고 있지 않지만, 은행권은 우회적인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돼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 거절 사유가 발생하면 금융사가 지체없이 거래를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거래 정지를 당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지난해 가처분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은행들은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 지시만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자 사이에 은행이 끼어 자금 흐름 추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행정지도를 근거로 마음대로 거래를 정지할 수 있느냐는 거래소 등의 민원에 대응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미국의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강화된 데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상호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IU 관계자는 "금융업권과 금융거래 자금세탁 취약부문으로 각각 은행권과 암호화폐 부문이 꼽힌다"며 "국가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당국 입장에서는 은행권 시스템 강화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점 앞 전광판.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