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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규 세컨그라운드 대표 "아마추어 스포츠인 기록 욕구 충족"
(스타트업리포트)아마 스포츠 기록정보 시스템 솔루션
15년 사회인 야구 경력 삼아 창업…"CES 지속 참가로 스포츠 데이터 시장 큰 해외 우선 공략"
2019-01-10 06:00:00 2019-01-10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6년 1월 설립된 주식회사 세컨그라운드(Second Ground)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기록정보시스템을 제공한다. 영상 기록정보 시스템은 자신의 경기 모습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개발됐다.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테코드(Tecord)'는 야구 기록 정보 시스템으로, 종이 기록지를 전산에 데이터로 저장·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세컨그라운드를 이끄는 박대규 대표는 15년 이상 사회인 야구를 해온 아마추어 스포츠인이다. 세컨그라운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록지를 쓰고 해당 홈페이지에 기록을 일일이 다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 시장에 있는 기존 서비스의 경우 팀, 리그가 없어지면 자신과 관련된 기록도 사라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불만 사항이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10년 이상 소기업을 운영해온 기업가이기도 하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일본에 전량 수출하는 사업을 했다. 연간 수입 20억원 이상으로 벌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사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얘기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미쳤다"는 반응이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더 큰 비전과 사업으로의 도전이 그를 이끌었다.
 
스포츠 데이터 솔루션은 기존 영역과 전혀 다른 사업영역으로의 도전이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업 초기 IT 솔루션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2~3차례 외주를 주며 개발을 맡겼지만 돈만 들고 서비스 완성도는 나오지 않기 일쑤였다. 박 대표는 "개발자가 일을 그만두고 도망가는 일도 있었고, 악성 버그로 개발업체에 수정을 요청했지만 거부해 소송을 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말솜씨가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던 박 대표에겐 사업자금 지원을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어려운 대목이었다. 6개월 동안 서류 심사에서 160회가량 떨어졌고, 60회가량 발표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세컨그라운드가 속해 있는 스포츠 데이터 솔루션 시장은 국내보다 해외서 더 주목받는다. IBM 산하 연구소 '윈터그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유소년, 사회인 리그팀의 스포츠 소프트웨어 시장은 약 1조3489억원에서 2023년 약 7조7562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컨그라운드는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을 우선 공략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이유다.  
 
사업 아이템을 소개해달라.
먼저 스포츠 영상 기록정보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자신의 경기 모습을 영상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들과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싶어 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개발됐다. 경기장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면 자사 시스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여러 대의 카메라 중 원하는 시점을 직접 골라 영상을 내보낼 수 있다. 송출되는 영상에는 테코드 애플리케이션에 입력된 선수, 경기 정보가 점수판으로 함께 송출돼 TV 중계방송과 같은 화면을 보여준다. 종목의 경우 우선 야구·농구·배구·축구·핸드볼이 선행 종목으로 고도화가 돼 있다.
 
입력단을 게임 형태로 만들었고 이를 기록원이 입력하면 프로야구 중계방송화면처럼 선수의 데이터와 함께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다. 화면 상단에 팀, 점수 등의 데이터가 나온다.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과거 기록, 오늘 기록 등의 데이터가 입혀 화면에 라이브로 구현된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1루로 달리면 자동으로 카메라 화면이 1루 쪽으로 바뀌어 이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수백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방송국의 중계시스템을 세컨그라운드는 앱 하나로 작동 가능하게 했다. 현재 15개 종목에 대해 1차 버전이 완료돼 4개 언어로 모두 번역됐다. CES 2019를 기점으로 해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테코드를 좀 더 설명하면,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 우선 도입한 사회인 야구 기록정보 시스템이다. 박빙은 기존 종이 기록지를 게임 형식의 모바일 앱에 담아 누구나 쉽게 경기 진행 상황을 기록할 수 있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기록, 통계, 게임매칭, 가상라인업 등과 같은 고급서비스를 제공한다.
 
테코드의 장점은 무엇인가.
테코드의 첫 번째 종목은 야구다. 야구는 방대한 기록으로 뒤덮인 스포츠라 할 만큼 굉장히 많은 기록들이 나온다. 현재 종이 기록지로 기록원이 직접 수기 작성하고 있다. 1경기에 6장의 기록지가 쓰인다. 박빙은 수기로 기록한 후 이를 서버로 옮기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이를 통해 경기를 쉽게 기록할 수 있으며, 기록된 정보는 즉시 서버에 연동돼 저장된다. 세컨그라운드의 전산시스템에 사용자의 모든 기록이 안전하게 보존된다. 웹과 앱으로 언제 어디서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세컨그라운드 
사진=세컨그라운드
 
창업을 선택한 계기는.
원래 조그만 공장을 12년 정도 운영했었다. 자동차 부품 쪽 1차 벤더였다. 자동차 특수부품 중 하나인 피니언(작은 기어의 한 종류)을 생산해 일본 쪽에 전량 수출하는 일이었다. 공장을 접고 창업을 한 셈인데,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다(웃음).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0만~12만개 물량을 공급했는데, 월 이익이 2억~5억원가량이었다.
 
사회인야구를 15년 정도 했다. 시장에는 5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기록업체가 이미 존재한다. 수도권에서 대부분의 사회인 야구인들이 사용한다. 10년 이상 된 업체인데 야구인들의 불만도 많이 누적돼왔다. 팀이 없어지거나 리그 자체가 사라지면 내 야구 기록도 다 없어진다. 이전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기록을 입력할 곳을 만들어놓았지만 그것을 저장해주지 않고 계속 돈을 버는 형태를 보인 까닭이다. 불합리한 점이라 생각했고, 이를 개선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한겨울에도 야구는 진행되고 기록원은 현장에서 6장의 기록지를 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존 업체의 경우 2차 작업으로 이 기록을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올려야 한다. 작업 비용이 한 게임당 4000원 정도다. 반면 세컨그라운드는 기록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면 우리가 올리고 그 비용을 1500원으로 잡은 상황이다. 우리 시스템을 이용해 기록하면 라이브 문자 서비스 등 자동으로 다 올라간다.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단순하다. 솔루션 판매다. 경기장마다 영상 기록정보 시스템을 판매한다. 싱가포르, 인도 쪽은 라이선싱 비용을 받는 수익모델이 있다. 세컨그라운드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다. 고객에게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받고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광고주에게 주는 수익모델도 있다. 광고주에게 타깃 광고를 가능하게 해준다.
 
사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인가.
IT 쪽 분야에 진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개발이다. 외주도 여러 차례 맡겼는데 실패를 많이 겪었다. 처음에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서 5000만원 정도 투자해 3개월 동안 개발을 했는데 돈만 지불되고 개발팀이 와해됐다. 이후 외주를 맡겼다. 개발 중 버그가 많은 상태로 진척이 없자 개발자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스마트벤처캠퍼스에 들어가면서 3번째 외주를 맡겼는데, 역시 악성버그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메인 개발자를 영입하면서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발표도 잘 못했었다. 말 더듬는 게 좀 심했다. 창업 관련 자금지원사업 등에서 6개월 간 서류 심사에서 160번 정도 떨어졌다. 서울·대전·대구·광주·대구 안 가본 데가 없다. 하루에 서울, 대구, 울산서 발표하는 일정을 소화한 적도 있다.
 
창업 후 CES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스포츠 데이터 산업이 국내서는 아직까지 인정을 못받는 상황이다. 해외 쪽은 시장이 크고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보면 세컨그라운드와 비슷한 기업이 최근 나타났다. 스트타업인 '스캣스포츠'인데, 기업가치 50조원 평가를 받았다. 1000억원가량 펀딩을 받았다.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던 업체 26곳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은 관련 시장이 작고 아직은 스포츠가 여가라는 인식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자전거를 구매하더라도 10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을 사고, 100만~200만원의 야구방망이를 쓴다. 아마추어 스포츠인들의 열의가 봄·여름·가을·겨울을 가리지 않는다. 시장 성장 전망은 밝다. 2018년 스포츠 시장 중 우리가 속한 데이터 관련 시장은 16%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인데, 이 데이터는 보험회사, 핀테크, 교육업계 등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2019년에는 시리즈급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100억원 정도 투자를 받아 해외로 바로 진출할 생각이다. 이미 해외 벤처캐피탈(VC)과 어느 정도 연락이 돼 협의를 하고 있다. 2018년까지는 씨드머니로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2019년부터는 영업·마케팅에 집중해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박대규 세컨그라운드 대표. 사진=세컨그라운드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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