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3년차를 맞는 2019년 기해년의 경제 핵심과제이자 국가비전으로 ‘포용성장’을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3대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하지만 포용성장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양적 성장 중심의 정책이 경제 불평등과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에 각 나라는 정책의 초점을 경제성장에서 ‘국민의 삶’으로 옮기고,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포용국가’는 OECD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과 같은 취지”라며 “성장의 혜택을 모두가 골고루 누리는 포용적 성장을 이루고, 국민 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비전 ‘포용성장’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포용성장은 성장의 혜택을 모두가 골고루 누려 국민 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2월28일 오후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용성장은 기존 경제민주화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 경제정책 수장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뉴 페이스로 교체하며 새 동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당정청 역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은 그대로 끌고 가되 문제가 생기면 보완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하며 보다 유연한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 추진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벌에 집중되고 있는 부의 쏠림 현상을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미래 문명원 교수는 포용성장, 즉 ‘포용국가’가 추구하는 방향을 ‘역량강화를 돕는 것’이라며, 그 방식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국가 발전의 기준 지표로 삼은 국내총생산(GDP)이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국민의 삶의 질 측정에 대한 방법론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포용국가, 포용성장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포용국가의 핵심고리로 개인과 기업, 지역, 공동체의 역량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역사적 자본이나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부귀를 누릴 나라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생존 전략은 사람이어야 하며, 인적자원을 어떻게 교육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기업,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발전국가 시대의 저임금 정책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학습기회를 통해, 사람 중심 기업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키워내고 삶의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포용국가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소득을 올려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주성의 첫 단계인 국민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경영 포기, 일자리 축소 등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낳으면서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생존을 걸고 있는 국민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로 이어져 원활한 노동공급을 막고 분배의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경제성장세도 약화되어 제조업·건설업 등의 투자 부진, 반도체를 제외한 10대 주력업종 전체의 수출증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를 막고 경제에 활력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포용성장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생각이다.
포용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는 ‘분배’를 뒤로 빼고 ‘성장·투자’를 앞세웠다. 이를 위해 기업과 시장이 기를 살리겠다고 한다. 기업유인 정책으로 ▲61%의 재정 상반기 중 조기집행·지원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SK하이닉스의 수도권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등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6조원 이상 지원 ▲항만개발, 대도시권 대형 민자 사업에도 6조4000억원 이상 투자 등을 제시했다. 공공투자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한편, 1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창업목적 자금의 증여세 과세특례요건 완화, 낙후지역 창업기업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국내복귀 기업의 세제혜택 대기업으로 확대 등도 시행한다.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스마트공장, 미래 자동차, 핀테크, 바이오헬스 등 주요사업의 규제를 없애고 재정·세제·제조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공헌했다.
관건은 이러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의 높은 지지를 얻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반대와 견제 때문에 기업관련 정책을 원만히 추진하지 못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이번 정부에서 가장 크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지는 이유다. 카풀과 드론 등 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해소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부처 내에서도 의견차가 크다.
정부는 올해도 재벌개혁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 기살리기와 대치되는 재벌개혁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당장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38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야당 등의 반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좌절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보면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은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 “명분 때문에 정부는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결단을 내려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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