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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임호택 KB증권 금융소비자보호부 이사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해 소비자 보호하겠다”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불완전판매 예방시스템 개발·도입 맡아
"연간 5회 미스터리쇼핑, 상시 모니터링도 진행 중"
2018-12-28 06:00:00 2018-12-28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융상품에 있어 불완전판매는 금융소비자 보호의 관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판매 관련 분쟁부터 2013년 동양증권의 계열사 기업어음과 채권 판매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KB증권은 지난 3년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부 개설을 통해 불완전판매 사전 차단에 나섰다. 자체적인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해 직원들의 판매현황을 검토하고 최근에는 불완전판매 예방시스템을 도입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운영하고 있는 임호택 이사는 KB증권 내에서 불완전판매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위험에 대해 숨기지 말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증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1986년 현대증권 공채로 입사해 만 34년 근무했다. 개인적으로 별로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 가운데 나만 남았다. IT부서를 시작으로 마케팅부, e-BIZ부, 고객센터 등을 거쳤고 지난 2017년 1월에 금융소비자보호부로 오게됐다.
 
-증권업계에 입성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제가 철이 좀 없었다. 기술고시를 공부했었는데, 1차까지는 되고 2차는 안 됐다. 명문 고등학교를 나와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학교 선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1차합격 이후 선배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때 선배들이 증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증권은 제2금융권으로 치부되는 시기였다 보니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선배들이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알게 됐다.
 
그래서 입사원서에 증권을 넣게됐다. 사실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고 고시공부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놓았는데 계속 고시원에만 있으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원서 넣고 합격증만 보여드리자란 생각으로 도전했다.
 
-전공과 무관하게 입사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원래 원했던 직장생활이 아니였기 때문에 탈출시도를 많이 했다. 처음엔 전산실로 입사해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동기들은 시장변화조사부, 지점영업 등을 하고 있으니까 리워드(보상)가 좋았고 현학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은 동기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 되다 보니 소외된 거 같았다.
 
그래서 인사부장을 찾아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으니까 지점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좀 당황하더라. 당신은 전공이 이러니까 좀 그렇다고 하기에 그러면 대학원을 마치고 올 테니까 지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MBA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인사부장이 그만두었더라. 새로 온 인사부장에게 다시 설명하고 나서야 IT부서를 떠날 수 있었다.
 
이후 맡았던 프라이빗뱅커(PB) 업무는 재미있었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다. 다만 회사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이 굉장히 강해서 결국은 수수료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온라인 장벽이 높았고 초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KB스타메신저 간담회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임호택 KB증권 이사(오른쪽)의 모습. 사진/KB증권
 
-그중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기억이 있다면.
IT부서였다 보니 개인적으로 2000년이 되는 날이 기억난다. 당시 밀레니엄 버그 등 리스크가 많이 부각됐다. 데이터 저장장치가 그때 많이 비쌌다. 그래서 통상 프로그램을 짤 때 데이터를 많이 먹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1990년을 90년으로 표기했는데 2000년이 되는 순간 00년이 되니까 1900년과 같이 인식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화두였다.
 
그래서 당시 회사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내가 팀장이었다. 사실 내가 한 일은 크지 않았지만 팀원들과 뭘 고쳐야할지 매일 회의하며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2000년 1월1일 자정이 되는 순간 온전하게 프로그램이 기동될지 다같이 모여서 초조하게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자정 넘어서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사장님께 전화로 "문제없습니다"라고 보고하는데 굉장히 뿌듯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당시 IT업계에서 너무 과하게 걱정한 게 아닌가 싶다. 1999년 중순에 갑자기 부각됐는데, 돌아보니 이것 때문에 망한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증권사라면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힘든 시기였다.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남는다. 어려운 시기를 거쳐오면서 살아남았다는 위안이 참 고마운 일이었지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직원들을 정리해야 하는 오더가 내려오는 것이 힘들었다. 제가 전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죄스러웠다. 특히 경상도 사람이라 조곤조곤 들어주지 못하고 결론만 이야기 해서 많이 미안했다.
 
-금융소비자보호부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리 부서는 3년 정도 됐다.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물건이 팔릴 때 숨길 것 숨기고 알려야 될 것 알리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고객의 리스크 취향, 선호도에 따른 상품만 판매하라고 가이드를 주는 곳이다. 즉,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모든 예방활동을 우리 부서에서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부서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외에도 각종 민원을 받고 있다. 자체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민원 등을 보고 있다. 고객들이 불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면 접수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수용하기 곤란한 건은 수용 곤란한다고 밝히고 있다.
 
-불완전판매 예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올해는 미스터리쇼핑을 5회 실시했다. 미스터리쇼핑이란 손님인 척 가장해 지점에 찾아가서 직원이 가이드에 맞게 판매했는지, 제대로 응대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주가연계 파생결합증권(ELS), 브라질채권 등 케이스를 각각 만들어서 체크하고 있다. 평가에서 미달된 부서나 직원이 있으면 우리 부서에서 찾아가 교육을 진행한다.
 
또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결과를 내고, 회사 내 취약점이 발견되면 다시 매뉴얼을 만들기도 한다. 점수가 안 좋은 부서에는 1년 성과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주기도 한다. 덕분에 다른 부서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2년 정도 근무했데, 소감은.
처음 왔을 때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중하위권이었고, KB그룹내에서도 우리가 하위였다. 내부적으로 소비자보호 활동을 하는 진정한 역할도 있지만 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게 당면과제라고 생각했다.
 
이걸 올리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미스터리쇼핑 등의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올해에는 높은 성적으로 상을 받았다. 증권사 중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우수항목을 2개 받았다. 이사회에서 보고할 때만 해도 뿌듯했다. 작년에 내가 1등하겠다고 했을 때 많이들 웃었는데, 올해 그 앞에서 1등했다고 보고하니까 ‘수고했다’고 하더라.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실은 올해에 가장 힘줘서 준비한 것은 ‘불완전판매 예방시스템’이다. 100여개 넘는 점포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많은 것들이 완전판매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젠 4개 팩터로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요소가 많은 항목을 선정해서, 자체 보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12월에 오픈했는데 아마 증권업계 최초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4개 팩터지만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자면, 지점에서 자동으로 자기 점포에서 팔렸던 상품군, 고객 대상별로 위험도가 얼마였는지를 평가한다. 심각도가 1단계에서 최대 4단계까지 있다. 2단계 아래인 경우 점포 자체적으로 체크하고, 3단계 이상이면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직접 현장으로 나가 전수조사를 진행된다. 만약 제대로 운영된다면 많은 금융상품 판매에서 불완전판매가 사전적으로 차단될 것이라 자신한다.
 
-향후 목표는.
이전까지 우리 부서는 우리 회사의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검수하고 상품에 대한 위험고지가 제자리에 기술됐는가를 따지는 데 집중했다. 혹시나 금융상품이 팔릴 때 상품의 본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절차상의 방법도 들여다봤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는 위험성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이익을 챙기는 부서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다른 부서에서도 서로 앞서서 제안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도록 우리가 당부하고 노력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KB증권 내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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