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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문화재는 역사의 블랙박스, 제대로 보존 못하면 악용당해"
"일본은 문화재 환수가 한일협정으로 종료됐다고 주장…'위안부' 문제와 같은 논리"
"새해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환수 목표…2020년까지 UN 비영리단체 등록할 터"
2019-01-02 06:00:00 2019-01-02 06:00:00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정부는 대규모 기념사업 등 다양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부적절하게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아직도 상당수가 타국에 머물러있다. 국회가 ‘국외소재문화재 긴급매입비’ 예산을 편성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민간단체인문화유산회복재단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책을 꾸리고 있다. 이상근 이사장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문화재 환수 사업의 과제와 전망을 들었다(편집자주).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는 역사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조문식 기자
 
문화재 환수 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6년에 일본 왕실 궁내청 서릉부에 소장돼있는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일에 참여하게 됐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 실행위원을 맡았다. 일본에서 국회의원이나 언론인을 만났다. 당시 일본의 입장은 ‘우리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끝난 것이다’였다. 요즘 위안부 문제 등과 비슷하다. 국제법적으로 모두 끝난 일이라는 말이다. 북한은 일본과 수교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분단 이전의 문화재에 대해서 청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2001년부터 북한과 교류를 해왔다. 이 문제로는 2007년부터 남북이 만났고, 조선왕실의궤 반환 촉구 결의문을 남북이 공동으로 작성해 일본에 전달했다. 의궤가 어떤 경로로 갔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카자흐스탄에도 갔다. 2006년 9월18일 환수위원회가 구성됐다. 2010년 8월10일 당시 일본 간 나오토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일본에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1205권에 대한 반환을 선언했다.
 
문화재 환수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도 움직임이 있는가.
 
문화재 반환 문제는 한국 내에서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관계도 중요하다. 우리가 역점을 두는 행보는 해외동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동부(뉴욕)와 서부(LA), 독일과 프랑스 교민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일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구심을 만드는 것이다. 새해(2019년)에는 러시아와 중국, 일본에 있는 교민 등과 함께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문화재가 20개 국가(600개 기관) 정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조사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먼저 20개 국가에서 소재 파악이 잘 되고 있는지, 반출 경위가 무엇인지, 전시나 보관이 잘되고 있는지, 우리 문화재 소개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도 함께할 계획이다. 옥타는 74개 국가에 지부가 있다. 그곳 동포들과 (문화재) 보존방안에 대해 함께하자고 의견을 모으는 중에 있다.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같이하게 되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문화유산이 많이 있다.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전 세계가 이 문제에 대한 어젠다를 채택해야 한다. 국제적인 단체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NGO를 등록하고 나면 이 문제는 우리나라 문화재뿐 아니라 전 세계 피탈국가 문화재까지 대상이 된다. 한 나라가 열심히 해서 반환받는 것도 있지만, 이슈를 같이 만들고 풀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아시아까지는 연대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미국 박물관에 가면 미얀마 문화재 관련 책자 등을 미리 사서 온다. 그 나라(미얀마)가 현지 조사할 형편이 안 된다. 이런 부분은 박물관 책자 등을 사서 전달해준다. 우리나라 코이카 등에서 (해외에) 학교도 지어주고 하는데, 그 나라 정통성이나 문화외교 등에 문화재 부분도 포함시키면 좋겠다. 그러면 아시아의 문화재 관련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해 10월 프랑스 동양문명대학교 도서관에서 특별 열람 조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프랑스 동양문명대학교 도서관에는 주한프랑스 초대 공사 플랑시가 수집한 한국고문서가 소장돼있다. 사진/문화유산회복재단
 
문화재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문화재는 역사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을 제대로 보전하지 않으면 악용될 수 있다. 역사를 세탁하는데 악용하기도 한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일본도 가야 문화재를 갖고 역사를 왜곡한다. 유물의 기록들을 없애면서 주인 없는 고아 문화재를 만들면 물건이 남는 것이다. 역사의 정체성, 정통성을 회복하고 증거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문화재를 온전히 보전하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재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과 관련해 고대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나라다. 근대사는 일본과 복잡한 관계가 있다. 과거사를 바로잡는데 문화재는 중요하다. 지도 한 장이 당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었고, 우리 국권이 어떻게 됐는지를 밝히는 증표다. 이 문제를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문화재는 과거에서 와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가는 것이다. 미래로 가지 않는 유산은 의미가 없다. 미래 세대들이 그것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후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 역사적 책임,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과 사명감이 중요하다. 이 일을 매듭지어야 다음 세대가 이 일을 이해한다. 이어 역사를 해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책임이 있고, 미래세대는 그 가치를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현재를 사는 사람은 무한책임을 지고 다음 세대, 미래세대에 전달해야 될 책임이 있다.
 
정부의 문화재 환수 활동에는 만족하나.
 
대단히 부족하다. 정부의 경우 문화재 반환 문제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아직까지 경제나 안보가 중요한 문제다. 해외공관에 문화재나 문화를 담당하는 담당관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풀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정부 예산 처리 과정에서도 놀랐다. 문화재가 발굴될 때 과거에 약탈당한 게 분명하면 반환하는 게 당연하다. 수집가가 사서 반출된 경우, 문화재청에서 해외 경매에 나온 문화재는 구입하고 있다.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예산이 ‘국외소재문화재 긴급매입비’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문제는 문화재 관련 사안을 예산당국에서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요청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 중에서 환수할 목록을 챙기고 환수를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과거에 (외국이) 수집해간 것 중에서 찾아야 할 것은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새해에 재단이 계획한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백제의 미술을 대표하는 문화재다. 백제의 문화재는 ‘불꽃’과 ‘미소’로 정리된다. 돌에 새기거나 쇠로 만들어졌다. 그중에서 정말 중요한 불상인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 일본에 있다. 충남도나 백제권역 사람들과 이야기해서 백제권역 문화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2020년 유엔에 비영리단체 등록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문화재 관련 문제에 대한 비전을 갖고 피탈국가들과 연대하겠다. 한국이 이 문제를 잘 풀어가고, 공공외교 분야에서 주도력을 높여 가면 한국이 주도해서 UN 기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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