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법관 3명 정직·4명 감봉(종합)
13명 중 5명은 '불문·무혐의'…법원 내부 "가혹"·외부 "솜방망이" 비판
입력 : 2018-12-18 17:17:42 수정 : 2018-12-18 19:10:5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 13명 중 8명이 정직과 감봉, 견책 등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법관에 대해서는 불문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18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전날 법관 13명에 대한 제4차 심의기일을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6월을,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정직 3월의 징계가 의결됐다. 이외 법관 4명은 감봉, 1명은 견책 징계가 내려졌다. 법관 2명에게는 불문, 나머지 법관 3명은 무혐의로 결론냈다. 
 
'사법 농단'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지난 8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진 부장판사는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의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심증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사유로 6개월 정직 처분을 받게 됐다. 징계위는 또 이 부장판사가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했고, 헌법재판소 심리 주요사건을 경과보고했던 것을 징계 이유로 삼았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의혹으로 정직 6개월이 처분됐다. 또 기획조정실장으로서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의 품위손상 관련 문건 작성 및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보고행위를 묵인해 품위손상 및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징계 사유가 적용됐다. 
 
정직 3개월을 처분받은 방 부장판사에 대해선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심증을 노출시키고 선고연기 요청을 수락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됐다.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시진국 창원지원 통영지원 부장판사에게는 감봉 5개월이,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에겐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모두 품위 손상으로, 박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대응방안 수립 및 유 의원의 공직선거법위반 진행사건 문건 작성 관련 수립 혐의가 인정됐다. 정 부장판사는 정부 운영 협력 사례 문건 작성 혐의를, 김 부장판사는  차성안 판사 동향 파악 및 대응방안 수립 등 혐의가 인정됐다. 시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청와대 설득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심의가 이뤄졌다. 
 
이어 징계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수립에 관여한 김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노모 서울고법 판사에 대해서는 품위 손상이라는 징계 사유를 인정하되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징계 사유가 있으나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문으로 결정된다.
 
이 밖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압박 방안에 관여하거나 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와 관련해 품위를 손상한 혐의로 징계위에 넘겨진 3명의 판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날 13명 법관에 대한 징계는 지난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청구한 것이다. 징계위 결정은 결정서로 작성해 징계청구인·피청구인·징계처분권자에게 각각 송달되며, 징계처분 및 집행, 관보게재 절차는 징계처분 결정이 된 8명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대법원징계위는 이날 "법관징계법에 따른 대법원장의 징계처분 및 집행, 관보게재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나 이는 징계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알권리 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법관징계위원회 의결사항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징계수위가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직이냐 견책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위에 회부된 법관들은 사실상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전례를 보거나 지금 사회 분위기를 봐도 이번에 징계를 받은 법관들이 변호사로 등록하는데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시된 일을 수동적으로 한 것에 불과한 비위 치고는 가혹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번 징계가 법관 재임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위가 무죄로 판단된다면 이후 이를 문제삼는 재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징계결정 수위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 징계처분이 ‘정직 1년’임을 고려할 때, 징계위 심의 결과가 그리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면서도 "그러나 재판거래·재판개입, 법관 사찰 등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법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마저 저버린 이들에 대한 응당한 처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징계를 피한 법관 5명에 대해서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만 보더라도 이들의 관여 정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면서 " "이들에 대해 어떤 징계처분도 내려지지 않은 점은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철·최영지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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