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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가해자 상대 손배소 패소
"살인 행위 손배소 각하, 도주 행위 손배소 기각"
2018-12-13 11:38:15 2018-12-13 11:38:1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유족들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김동진)는 13일 조씨 유족이 아더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살인 행위에 대한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하고 패터슨의 도주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조씨는 지난 1997년 4월3일 오후 9시3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칼에 찔려 숨졌다.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살인 혐의 용의자로 지목됐는데 둘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범행을 부인했고 당시 검찰은 에드워드 리만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1998년 대법원은 에드워드 리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확정했고 흉기 소지 및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던 패터슨은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에 반발한 유족들이 그해 11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다시 고발했고 검찰은 재수사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가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 후 패터슨이 미국에서 체포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고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뒤 국내로 송환했다. 하급심을 거쳐 지난해 1월 대법원은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지난해 5월 유족들은 형사 재판 과정에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후 조씨 유족 변호인은 "과거에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항소심까지 이긴 뒤 대법원에서 기각됐었다. 이후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패터슨에 대해서만 일부 인용 판결이 있었다"며 "이것 때문에 기판력에 위배된다며 이번 재판부가 각하 판결한 것으로 보이는데 형사재판 이후 드러난 사건의 실체관계, 범행 수법 등을 자세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패터슨은 검찰의 출국 금지 조치가 연장되지 않은 틈을 타 도주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어렵게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책임 있게 국가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가족들을 난감하게 해놓고 이렇게 판결하면 우리나라 법이 있으나 마나 한 거지 이게 법인가"라며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법조인들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 21년 동안 법정을 오가며 가슴 졸이고 떨렸는데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도로 유족들은 지난해 3월 국가가 '이태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잘못된 공소제기 및 추가적인 수사, 범죄인 인도청구 등을 적시에 하지 않아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10억9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7월 1심은 "국가는 조씨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 조씨 누나 3명에게 각각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고 현재 국가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20년 전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난해 1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눈을 감고 울먹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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