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부회장)가 갑작스레 퇴임을 결정한 가운데 임원 10여명도 동반 퇴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정기인사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라는 입장이지만,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로 만든 주역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배경을 놓고 의혹과 뒷말이 무성해지고 있다.
7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안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그와 동고동락했던 제주항공 임원 10여명도 함께 물러난다. 올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 임원 23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바뀌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가 예정됐다. 복수의 제주항공 관계자는 "4일 그룹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이 진행, 이달 중 후속 인사가 있을 것"이라며 "양성진 홍보실장과 박영철 운송본부장, 강석훈 마케팅실장 등 최대 10여명의 임원이 물러난다"고 밝혔다.
본지가 지난 5일 <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 사임…후임은 미정> 단독보도를 통해 안 부회장이 최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 회장의 외동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자, 제주항공 대표 임기가 2021년 3월까지로 아직 2년 넘게 남았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사임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됐다.
2015년 1월26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제주항공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부회장은 1983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애경에 입사,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는 제주항공 대표를 맡았다.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국내 LCC 업계 1위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제주항공은 공격적 경영을 토대로 승승장구,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501억원, 영업이익 378억원을 거뒀다. 3분기 누적 매출은 9419억원, 영업이익은 958억으로 사상 첫 연간 매출 1조원 돌파를 사실상 확정했다.
때문에 업계는 안 부회장의 사임을 의심스럽게 받아들인다. 제주항공은 "본인의 목표를 이뤘고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자 용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애경과 제주항공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장 회장과의 반목 끝에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대립 지점은 '제주도'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제주도는 애경 총수일가가 선대부터 뿌리내린 고향으로, 제주항공 출범 당시 제주도가 50억원(25%)을 출자해 지금도 운임 협상 등으로 경영에 관여한다"며 "서울 출신인 안 부회장은 경영효율화만 추구, 제주도를 배제하다가 총수일가 눈밖에 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항공과 제주도 사이에 벌어진 운임 갈등, 제주도콜센터 폐쇄 문제 등에 안 부회장이 관여돼 있다"며 "총수일가가 그룹 내 알짜인 제주항공을 직접 경영하려고 한 것도 안 부회장의 사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경이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채형석 그룹 총괄부회장을 후계자로 굳힌 상황에서 제주항공을 안 부회장 손에 쥐어줄리 없다는 주장이다. 안 부회장은 애경가 맏사위지만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지분은 전혀 없다. 제주항공 지분도 0.59%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조만간 조직개편을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어떻게 진행될지 결정된 게 없다"며 "대규모 임원인사도 확인된 바 없으며, 안 부회장의 사임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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