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유럽연합의 ‘지급결제 서비스 규제법안(PSD2, Payment Service Directive 2)’개정으로 금융권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존의 금융회사 독점으로 이뤄졌던 금융회사는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 역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PSD 2의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업자 및 수행역할. 그림/금융결제원
9일 금융결제원 최규선 금융결제연구소 전문연구역과 이지영 연구원이 내놓은 ‘유럽연합의 PSD2 시행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PSD2는 국내 금융권에 대해 정책적·기술적·산업적측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도입된 PSD2는 유럽은행감독청(EBA, European Banking Authority)이 규정하고 있는 유럽연합 내 지급결제서비스에 관한 지침인 PSD를 개정한 것으로 ▲PSD 규제 체계 범위 확대 ▲지급 결제서비스의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 및 투명성 제고 ▲강력한 고객 인증 및 개방형 통신표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EBA는 내년 9월부터 지급결제서비스에 대한 보안 요구사항을 규정하는 규제기술표준(RTS)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은 신규 서비스제공업자의 금융시장 진입과 계좌접근이 허용됨에 따라 EU 내 오픈뱅킹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부문별로 보면 은행 등 신용기관의 경우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이 감소하는 한편 규제 준수에 따른 관리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카드업자의 경우 계좌 간 지급거래로 카드 발매와 매입 비즈니스가 축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자상거래업자의 경우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고, 플랫폼기업이나 핀테크업체는 조금 더 혁신적인 지급결제와 금융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이 소유하고 있던 고객의 계좌정보 및 결제프로세스를 API(응용프로그램 기술) 방식을 통해 제3자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업자 등에게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EU내 오픈뱅킹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최규선 연구역은 “개정된 지급결제서비스 지침(PSD 2)의 시행에 따라 제3자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업자는 소비자의 계좌에 접근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PSD2 시행으로 인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지형 변화는 국내 금융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및 국내 금융산업 정책방향 비교. 표/금융결제원
정책적인 부문에서는 ▲모바일 간편 결제 활성화 ▲금융분야 데이터산업 육성 ▲오픈API활성하 ▲전자금융 및 핀테크 제도 개선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 보완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최 연구역은 “금융당국은 효율적·안정적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고 있으며, 이는 PSD 2 등 최근 유럽권의 정책방향 흐름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융회사 또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EU 등 주요국의 금융산업 규제 및 정책 입안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국내 금융회사 또한 PSD 2와 같은 해외 정책 사례 등을 기반으로 금융업의 진입장벽 완화 및 금융 서비스의 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금융기관 간 또는 금융기관·비금융회사간에는 금융정보의 유통이 활발해지며 이에 대한 정보보호, 보안, 인증 등 기술적 규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오픈API방식을 활용한 데이터보안 문제에 대해선 금융회사가 금융정보 제공 시 전용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도록 하고, 데이터 송수신 접근권한 및 거래 인증에 대한 기술 표준, 보안 조치를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꼽았다.
최 연구역은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신설과 관련해 오픈 API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보안 원칙, 고려사항을 신용정보업감독규정 등 하위 법령을 통해 규제할 가능성이 존재 한다”며 “금융정보 유통을 위해선 기관 간 호환성 제고가 필요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고객 인증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3자에 대한 계좌접근 보장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며 금융산업의 범위도 더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법률, 규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금융결제원은 분석했다.
최 연구역은 “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수집된 신용정보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자 등에 제공되는 경우 하나의 채널을 통해 개인신용정보의 이용·제공내역을 조회하고, 개별 기관에 대한 동의여부를 선택·철회가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지급수단·서비스의 경우 열거주의(positive)형 규제로 인해 준수해야 하는 법령을 명확하게 지정하기 어려워, 핀테크 관련 규제의 업종 범위를 확대하거나 포괄주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업권별 인·허가, 감독체계 하에서는 서비스 모델에 따라 소관 법령 및 준수 의무사항 등이 차이가 있어 이를 기능 중심의 규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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