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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동흠 회계사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닌 기업의 가치"
"타이밍은 맞출 수 없어도 방향은 맞출 수 있어"…"리먼사태 당시 실패 경험, '가치투자'기준 세워"
2018-11-08 06:00:00 2018-11-08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박동흠 회계사는 현직 공인회계사이자 투자서적을 4권이나 집필한 전문가다. 기업체, 기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개인투자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대학에서 통계를 전공한 그는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면서 안목 좋은 투자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IMF 외환위기와 IT버블을 겪으면서 투자를 공부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한다.
 
박 회계사는 주식투자를 일회성 도박이 아닌 '평생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직접 기업을 꾸리는 것보다 이미 그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사업이 잘되면 계속 동행하고 잘 안될 때는 탈퇴(매도)하고 또 다른 사업을 하면 된다"며 "평생 사업을 하려면 결국 기업을 보는 눈을 계속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사업보고서 읽는 법을 읽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다년간의 경험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실패를 통해 배운 '가치투자'의 중요성
 
사진/박동흠 회계사
박 회계사는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라고 강조한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당시 벌었던 투자금을 다 날리고 나서야 투자원칙을 세웠다. 그는 "내 투자는 리먼 사태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며 "2007년 대세 상승 때 운좋게 꽤 벌었으나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금을 다 날렸다"고 말했다. 투자원칙이 명확히 서지 않았던 때에 쉽게 벌고 쉽게 날린 것이다. 주식을 너무 비싸게 산 것이 문제였다. 대세 상승때에는 비싸게 사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박 회계사는 "그러다 하락장이 오면 다 물릴 수밖에 없다"며 "리먼 사태 이후로는 꼭 기업가치를 따져보고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안 산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마진이 충분히 나오는 투자를 해야 요즘 같은 폭락장에서도 덤덤하게 버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싸게 샀기 때문에 손실이 적거나 없는 경우도 있고, 잠깐 발생한다고 해도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싸기 때문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리먼 사태 이후로는 투자해서 실패한 사례는 없다"며 "타이밍은 맞힐 수 없지만 방향은 맞힐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는 '이삭줍기', 줍다 보면 태산이 된다
 
그는 올해로 11년째 꾸준히 공모주 투자를 하고 있다. 한 해도 손실이 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투자방식이라고 한다. 청약경쟁률이 높아 배정 받는 주식이 적으면 수익이 조금 나오지만, 1년 동안 상장하는 기업이 50개가 넘고 적은 수익도 계속 모이면 목돈이 만들어진다. 박 회계사는 "공모주 투자는 조금씩 배정 받기 때문에 '이삭줍기'인데, 1년에 30~40번 투자하면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올해 공모주 시장은 조 단위의 대어도 없고 공모 상황도 좋지 않다. 하반기 마지막 대어로 꼽혔던 CJ CGV베트남홀딩스도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공모를 철회했다. 박 회계사는 "증시가 안 좋으면 공모주도 같이 침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나도 상반기 때 공모주로 많이 벌었지만 하반기는 수익이 저조하다"며 시장 분위기를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규정이 개편되면서 비상장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상장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겠지만 좋은 기업들이 앞으로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쏟아져 공모주가 몰리는 시기다. 공모주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투자설명서를 열심히 읽어보는 것이라고 박 회계사는 강조한다. 그는 "일주일에 5개씩 상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생소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은 투자설명서를 보면서 위험은 없는지, 성장성이 있는지, 공모가격은 싸게 책정됐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꼭 지켜야 할 제1원칙으로 '확신'을 꼽았다. 투자를 할 때에는 투자자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계사는 "이 종목이 지금은 찬밥 신세지만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시장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며 "확신을 가지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분석해야 한다"며 투자자의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분양가가 동네 시세보다 저렴해야 청약하듯 새로 상장되는 기업의 공모가도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보다 싸게 나와야 투자자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가격이)싸다고 확신하려면 공모가액 산정근거, 회사 실적, 사업내용 등을 다 살펴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동흠 회계사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동흠회계사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전문가
 
박 회계사는 그동안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공모주 투자하기> 등의 투자 관련 서적을 4권 발간했다. 또 기업체와 교육기관에서 직장인들을 위해 강의하는 것은 물론 블로그에서도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대형 회계법인을 퇴사하고 나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말하고 싶었다"며 "인터넷카페 '가치투자연구소'도 그때 처음 알았는데, 재무제표에 대해 궁금해 하는 글이 많았고 거기에 답을 달아주다가 아예 블로그를 열어서 재무제표와 관련된 글을 차례로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점점 쌓이자 책을 내자는 제의가 와서 출간하게 됐다는 것. 
  
그는 "투자자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면 현장에 내 책을 직접 들고와서 사인을 받아가는 독자들이 있다"며 "그들의 책을 보면 정말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보이는데, 시험 준비하듯 줄치며 공부한 책을 보면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가 블로그 활동과 언론기고, 강의, 집필 등을 계속 하는 이유다. 
 
투자자로서 박 회계사의 목표는 평생 지치지 않고 계속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는 사업보고서를 읽으면서 설렘을 주는 기업을 발견하고 투자해 오랜 시간 지켜보다가 수익을 내면 그것 만한 희열도 없다고 했다. 박 회계사는 "그리고 계속 가치투자를 전파할 것"이라며 "시장이 좋을 때도 있지만 요즘 같이 안 좋을 때 결국 버틸 수 있는 힘은 기업에 대한 확신밖에 없는데, 망할 수 있는 기업, 가치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기업을 제외하고 이런 장에서도 잘 버티려면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많은 기업정보들과 재무제표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워 보이지만 기업을 알아간다는 과정은 재미있다"며 "어렵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박 회계사는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나온 '행운은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며 "(주가가)오르는 것은 행운인데, 사실 그건 다 찬밥일 때부터 지켜봤던 종목에 행운이 찾아온 것"이라며 묵묵하게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케인즈의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는 말을 인용하며 "역발상으로 버려진 종목들을 잘 들여다 보면 기회가 그 종목에 찾아올 수도 있다"며 "방향만 맞으면 되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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