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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2008년 악몽 반복 우려
정유사-대리점-주유소 거치며 인하분 사라져…"유통구조 투명해야"
2018-10-16 17:25:57 2018-10-16 17:25:57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정부는 지난 2008년 3월10일 유류세 10% 인하를 시행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LPG의 유류세를 각각 리터당 82원, 58원, 17원씩 내렸다. 시행 첫주인 3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주(1687.87원)보다 29.33원 떨어진 리터당 1658.54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자 국내 기름값이 세금 인하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2008년 4월 둘째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8.02원으로 3월 첫째주 가격을 다시 넘어섰으며, 7월 셋째주 1948.72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서민의 물가 부담을 덜고 내수 진작을 위해 연내 유류세 인하 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에도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세금 인하분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국내 기름값 결정구조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보완책을 함께 내놓지 않고서는 이 같은 악몽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주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속적으로 상승한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세금 인하폭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 등 주요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국내 석유제품 기준가인 싱가포르 현물 휘발유 가격은 2008년 2월 넷째주에서 3월 넷째주 사이에 배럴당 0.49달러 내렸지만, 여기에 영향을 받는 2주 뒤의 국내 휘발유 가격(3월 둘째주~4월 둘째주)은 오히려 리터당 25원 이상 올랐다. 당시 정유업계는 "세금 인하분을 온전히 반영해 주유소에 공급했다"고 했지만, 주유소협회 측은 "정유소가 세금 인하에 앞서 가격을 미리 올렸기 때문에 세금 인하분만큼 내리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내 기름값이 결정되는 구조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유사는 환율을 반영한 싱가포르 현물가격에 관세·운송비·정제마진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주유소는 여기에 영업비·마진·카드수수료·세금 등을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판다. 유류세 인하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그마저도 유통마진으로 사라진다면 2008년의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리터당 10%원씩만 내려도 1년에 2조5000억원가량의 세수가 사라진다.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누리려면, 과거 유류세 인하 당시 문제가 됐던 유통구조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물가하락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지속적인 투명성이 과제"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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