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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주택, 소유 아닌 이용 대상으로 인식해야"
권대중 부동산학회 이사장 "강남에 영구임대주택 공급해야"
"내년 하반기 종부세 부과되면 집값 하향 안정화될 것"
2018-10-16 12:01:43 2018-10-16 12:01:43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9·13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지나면서 5주째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감소했다. 다만 장기적 흐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출회 감소가 집값 인상을 견인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은 이 같은 부동산 앙등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젠 주택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는 부동산 집값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할 해법으로 영구임대주택 확대를 제안한다. 궁극적으로는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학문으로 정립하는학자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이 같은 꿈을 목표로 정계와 학계 등을 종횡무진하는 권 이사장을 만나 부동산 정책 진단과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권대중 대학부동산학회 이사장. 사진/본인 제공 
 
9월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값 상승이 둔화됐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까.
 
9·13대책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린 것이고, 두 번째는 특별한 경우 아닐 시 1가구 2주택 이상이면 전면 대출을 금지시킨 것이다. 사실상 주택 대출은 전부 금지됐다고 봐야 한다. 전출을 가거나 60세 넘는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만 대출을 허용하는데 이는 백분의 일도 안 된다. 동시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이 재건축 시장을 잠재우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호가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9월 부동산 대책의 또 다른 한 축이 공급대책이다. 3기 신도시 개발 등 공공택지 30만호 공급 카드를 꺼냈는데 수요가 분산될까?
 
정부가 어디에, 언제쯤, 어떤 식으로 공급할 것인가가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가늠하지 않겠나. 신도시 유력지로 거론된 경기 광명 하안2지구. 시흥지구 등으로 강남 수요가 이동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물며 2기 신도시에 상당수 택지를 공급했지만 집을 짓지 않은 지역이 많다. 의정부 덕정·덕계 지구, 김포 지구, 화성2지구 등도 현재 미분양이 남아있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 공급하지 않겠다고 암시했다. 대신 종로나 중구 등 기존 빌딩을 주거용로 바꾸겠다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요 분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서울의 포화 상태를 분산시키기 위해선 중장기 전략을 통해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수도권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 집값은 교통이 뚫린 지역으로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 동동탄 지구에서 미분양 사태가 있지만 역세권은 지금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파주 운정지구도 GTX를 연결하면서 프리미엄이 1억씩 붙어있다. 결국 부동산 수요 분산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수도권에선 교통이다.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수요를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세계 경제가 일파만파 됐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도 말까지 주택 경기가 좋았다. 특히 2009년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해 1년 전부터 공급 물량을 쏟아냈다. 2009년도 1월말 미분양주택이 167000세대가 됐다. 그 여파로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13년도에 4·1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감면해줬다. 2013년도 1, 2월 월평균 주택거래량이 5만가구가 안 됐는데 6월에는 111000가구가 거래됐다. 취득세 하나만 가지고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줬다. 서울 강남 지역에 몰려있는 일원이 미분양 아파트를 살 경우 유사한 세제혜택을 주는 게 수요 분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 지역엔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없나.
 
서울은 분명히 공급이 부족하다. 통계청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주거복지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에 약 400만 가구가 산다. 그런데 주택 공급은 280만 가구에 불과하다. 주택 공급 가구 중에는 1가구 2, 3주택자도 있다. 자가주택보유율 자체도 47%밖에 안 된다. 자기 집을 갖고 있는 게 50%가 안 된다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도 서울의 자투리땅을 개발시키고 재건축·재개발 시 임대주택 공급을 하면 용적률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규제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신 가격이 오를만한 강남 등의 지역은 전부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만 분양 시장에서 매매차익이나 로또 분양이 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으로 건설되면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는 거다.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영구임대주택 건설을 건설사가 나서서 할까?
 
1217조원에 달하는 유동자금을 민간에서 끌어들이면 된다. 리츠를 통해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가능하다. 은행 예금 이자보다 월세가 더 높다. 연간 임대수익률이 5%. 미국과 일본에서도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단독주택을 주로 짓는데 5층이나 3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경우 영구임대주택을 많이 짓는다.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는 수요 분산 카드는 무엇이 있나?
 
그렇게 해도 수요 분산이 안 되면 대학을 이전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 공공기관이 지방에 이전하지 않나. 한전 전 직원이 22000명 정도 되는데 나주로 간 인원은 500~600명 갔다. 그런데 대학 이전은 결정타다. 대학은 1~2만명 정도의 인원이 이동해 이전 효과가 크다. 물론 동창회나 교수 등이 반발이 커지는 것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 경기도로 이전하면 10년 동안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사실상 9·13 대책에서 제시된 종부세 강화는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적용된다.
 
종부세 강화는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내년 12월에 물리는 거다. 과세표준 3~6억원 사이를 강화시켰는데, 강남은 거의 다 해당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100%로 올리겠다는 것은 시가 그대로 매기겠다는 의지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가면 재산세도 올라간다. 그런데 정부가 올라왔던 가격이 내려갈 때 발목 잡는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가격은 떨어지는데 세금이 늘어나 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루면 지역경제가 침체돼 하강국면에서 발목을 잡는다. 조세로 부동산 시장을 잡는 거는 주의해야 한다.
 
하반기를 비롯한 2019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올 하반기에는 하방 경직성이라는 게 있다. 떨어지는 건 뒤로 돌아보는데 하반기에 주택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거다. 유동성이 많은 지역은 가격이 쉽게 안 떨어진다. 정부가 연말까지 미니신도시를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서민들 중에서 내 집 팔고 이전할 때 대출이 안 되니 전세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내년 봄쯤에는 보합세로 돌아설 것 같다. 금리도 올라가고 정부가 공급도 늘리면서 매매수요자가 2~3년 기다려 대기수요로 남을 수 있다. 그리고 내년 연말쯤에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강남 20~30억짜리 아파트는 종부세가 500~1000만원 나올 것이다. 내년 하반기 종부세가 부과되면 아마 집값이 하향 안정화로 가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부동산 학문을 연구해서 부동산이 제대로 우리나라에서 터부시 되지 않게 기반을 만들고 싶다. 부동산도 금융·개발·관리·경영 등 분야가 많다. 부동산이 단순히 투기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돼야 한다. 특히 부동산이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소유의 개념이 되면서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역 및 계층별로 분석해 주택을 공급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과정 등에서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대한부동산학회에 주최한 '2018 스마트 국토엑스포'에서 권대중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부동산학회.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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