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구글은 왜 한국에 AI스피커를 출시했을까
입력 : 2018-10-14 15:57:30 수정 : 2018-10-15 09:25:24
왕해나 산업1부 기자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다.”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내린 진단이다. 2007년만 해도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들은 엑손모빌, 쉘 등과 같은 석유기업들이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데이터 기반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고객에게 오히려 돈을 주고(또는 혜택을 제공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 데이터를 분석·가공해 2차적인 가치를 제공, 고객을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에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심어 고객들의 음성·발화 정보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고객들의 취미·특징들을 수집한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 AI 스피커를 내놓은 것도,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을 확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스피커를 많이 팔겠다는 것보다 한국 사람들의 데이터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고객으로부터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하드웨어의 강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억대의 휴대폰을 판매하고 LG전자도 수천만대의 디지털 TV를 팔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에도 가전에도 “오케이 구글(Okay, Google)이 탑재돼있고 광고에도 구글홈을 통한 기기 제어 장면이 등장할만큼 플랫폼 경쟁력은 약한 수준이다. 구글에게 국내에서 모은 데이터의 주권을 넘겨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하드웨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다. 정보주체를 비식별화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규제완화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은 개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바이오정보의 원본을 수집할 수 없다. 이런 규제들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제한된 데이터를 활용하며 고군분투하는 동안 구글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 고도화를 이뤄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데이터 사용 및 활용능력 수준은 평가국 63개 중 56위로 최하위권이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합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IT공룡에게 데이터를 넘겨주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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