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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 낙찰 실패로 '급락'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 나와…"개별 수주 프로젝트 실패로만 볼 수 없어"
2018-09-28 16:22:03 2018-09-28 16:24:01
[뉴스토마토 이보라·신항섭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프로그램 수주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수주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크게 반등한 가운데, 향후 한국항공우주의 훈련기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8일 블럼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군은 미국 보잉사와 스웨덴 사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APT 교체 사업 우선협상권 대상자로 선정했다. APT 수주규모는 92억달러(약 10조2000억원)이다. 한국항공우주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T-50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APT)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28일 장 초반부터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내려앉았다. 결국 1만4900원(29.80%)떨어지면서 3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수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27일에는 5만1600원까지 치솟았지만 결과가 나오자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도 30%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만에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시총이 날아간 셈이다.
 
이번 사업은 한국항공우주 및 정부가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였다. 단순 수주를 넘어 세계 군사력 1위인 미군에 항공기 납품이 직간접적인 품질 인증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훈련기 시장에서 수주경쟁력이 보장될 뿐 아니라 한국항공우주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항공우주가 미 공군 APT 교체 사업 입찰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한국항공우주가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의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기존의 노후한 T-38훈련기 모델을 새 훈련기로 전면교체하는 사업으로,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보잉-사브 컨소시엄 등 2파전이었다. 초기 물량만 350대, 약 17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다만 당초 190억달러 규모로 추정됐던 사업이 수 차례 입찰이 연기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KAI-록히드마틴의 T-50은 5세대 전투기에 최적화된 훈련기로, 비행능력과 안정성 면에서 입증된 기체였다. 반면 보잉-사브의 BTX-1는 이번 수주전을 위해 개발된 신규모델로, 성능이 검증된 바는 없다. 검증된 T-50을 이기기 위해 보잉-사브가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수주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AI의 이번 수주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KAI의 연간 매출이 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연평균 20% 내외의 성장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수주 실패로 KAI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실주가 단순한 개별 프로젝스 수주실패로만 해석될 수 없다"며 "KAI사업의 큰 축인 훈련기 사업의 향후 시장전망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업이 한국항공우주의 실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예상했던 규모(150억~160억달러)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으로, 납품기간과 수주기간을 고려하면 수익성에 의문이 있다"면서 "KAI의 올해와 내년 이익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라·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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