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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채용비리로 은행 흔들더니…결국 '솜방망이' 제재
국민·KEB하나은행 등 경영유의·개선처분…검찰 수사 후 임직원·신한은행 추가 제재 예정
2018-09-18 15:00:25 2018-09-18 15:42:2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은행권 채용비리가 경영유의와 개선조치로 마무리됐다. 법적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기관 경고가 아닌 행정 지도에 그친 것이다. 다만 아직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 남아 있어 임직원 제재 등은 차후 진행될 전망이다.
 
시민단체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사태’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국민·KEB하나·농협·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수협은행 등 10개 은행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직원 채용업무 관련 내부 통제 미흡 등으로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처분을 받았다.
 
경영유의와 개선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앞서 금감원은 작년 12월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은행권 채용업무의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으며, 22건(잠정)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의 직원 채용 처리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미흡하고, 일부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국민은행은 전문직무직원(경력지원)과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됐다. 전문직무의 경우 인력지원부서가 경력직원을 수시 채용하면서 관련 내규에 인력지원부서 및 실무부서 간 업무분장 등을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채용 프로세스상 책임소재 등이 불명확할 소지가 있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신입행원 채용과 관련해선 전결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무 진행 담당 부서장(인력지원부장)이 채용계획 변경 등을 결정하고 있어 채용절차의 객관성·공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제기됐다.
 
KEB하나은행은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임직원 등으로부터 채용 추천을 받은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 사실이 적발됐다. 또 채용 요건에 대한 세부기준이 구체적으로 없어 합격자 선발이 자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해외 현지법인 직원에 대한 인사제도가 불합리한 점도 개선 사항으로 지목됐다. 현지 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 등 상벌 사항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은 전문계약직원 채용과 관련해 내부통제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환청구기한이 종료된 후에도 채용서류를 폐기하지 않은 데다 감사부서의 자체감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요청으로 채용시스템에 대해 자체 점검한 것 이외에 전문계약직에 대한 점검을 별도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전문계약직 채용에 필요한 표준 채용절차, 절차별 주의사항, 양식 등 업무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은행에서도 직원 채용업무와 관련해 미흡한 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부산은행은 입행 지원자의 부모 친인척 등의 신상정보를 면접 전형 실시 전 경영진 등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직원 임용 관련 서류도 임의 폐기한 사실이 나왔다. 경남은행 또한 인사 관련 서류에 대한 보존 연한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구은행은 작년 상반기 IT네트워크 분야 전문직원을 공개채용하면서 외주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경력만으로 전문성을 심사해 최고점을 부여한 정황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대해 전문직원 채용 업무 처리절차를 강화하고, 채용관련 전결권과 업무기준을 명확히 마련·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전북은행은 입행 지원서에 부모, 친인척의 신상정보 등 불필요한 내용을 기재할 경우 불이익을 부과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광주은행은 임직원 자녀에 대한 우대규정을 폐지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밖에 제주은행은 채용 용역 계약과 관련해 상임감사위원회 사전 감사 등이 구비되지 않았고, 수협은행은 면접위원에 대한 회피제도가 없어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권에서는 연합회 중심으로 ‘은행권 공통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든 만큼, 하반기 채용부터는 공정성에 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모범규준에는 임직원추천제 폐지와 외부 전문가 위탁, 필기시험 도입 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됐다”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제재 조치에는 이미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던 우리은행을 비롯해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 대상인 국책은행과 외국계 은행 등은 제외됐다. 지난 4월 뒤늦게 조사를 받았던 신한은행의 경우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또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조처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검사서 발부가 안됐다”며 “임직원 제재의 경우, 형법 위반사항으로 금융관련 위반사항이 밝혀지면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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