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남의 눈치는 그만, '지혜로운 이기주의자'로 살자"
자신의 우울감과 맞서 이긴 뒤 힘든 이들과 소통 나서…심리분석에 능한 다큐멘터리 작가
"'죽을 각오로 살라'는 안 될 말…진심으로 공감하고 얘기 들어줘야"
입력 : 2018-09-14 06:00:00 수정 : 2018-09-14 12:28:1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 교수는 자신의 우울감과 맞서 싸워 이긴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 근원을 스스로 찾고, 자신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했으며, 깊은 상처를 입은 본인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일으켜 세웠다.
박 교수는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평안을 위해, 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어둡고 참혹했던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무료상담으로 처음 그를 알게 됐던 미혼모나 재소자들뿐만 아니라 책과 강의를 통해 박 교수를 만나는 대중들이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의 이런 진정성 때문이다.
현대문학비평가, 박사, 대학교수로 불리는 것 보다 '마음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것을 더 행복해 하는 박 교수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편집자주).
 
힘들었던 개인사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솔직하게 제 얘기를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저도 많이 숨겼다. 제가 많이 치유된 다음에야 얘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저도 24세 때 자살 시도를 했다. 대학 졸업 직후였다. 집이 부산인데 대학을 서울로 와서 옥탑방에서 오래 살았다. 당시는 IMF가 닥쳤을 때라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나 컸고, 투병 중이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너무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많이 겹쳤다.
그 때가 한겨울이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량의 수면제를 먹었다. 제가 술을 못하는데 그날 소주도 한잔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틀 뒤에 깼다. 깨어보니까 방 안에 비치는 햇빛이 그렇게 아름답더라. ', 내가 안 죽었구나'. 핸드폰 시계를 보니까 한 50시간이 지났더라. 깨어난 뒤 처음 입에서 나온 말이 '아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어떤 계기로 본인의 경험을 공개했나.
 
최근 제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 중에 CBS'세상을 바꾸는 15'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사람들이 고민을 보내면 답을 해 주는 방송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고민이 많이 접수됐는데, 첫 고민이 '나는 세상에서 의미 없는 존재라는 것 때문에 자살 충동을 계속 느낀다'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놀랐던 것이, 제작진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런 고민을 보내오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하더라. 살아갈 용기,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숨겨왔던 얘기를 이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가 정말 힘들 때 힘들어요라는 이 말이 누구에게도 나오지 않았었다. 같은 아픔을 느껴본 사람 아니면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아픔을 겪어 본 사람과는 얘기가 잘 되더라. 그게 그렇게 힘이 됐다.
이 고백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최근이다. 그 전까지는 자살 충동에 힘들어 하는 분들을 만나 상담할 때 뿐 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을 숨겼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울감의 근원은 어떻게 찾았나.
 
저는 제 우울의 근원이 어디일까 스스로 끊임없이 파고 들어가 봤다. 그 결과 제 우울감의 시작은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저희 엄마께서는 임신 6개월이 되어서야 셋째인 저를 가진 것을 아셨다고 한다. 손 위 오빠를 낳고 바로 임신이 돼서 몰랐던 것이다. 당시는 산아제한정책으로 셋째를 낳지 못하게 할 때다. 어머니는 주위에서 워낙 강하게 권유하다보니 '이 아이를 낳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하고 병원에 많이 가셨다. 그런데 당시 병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과 시간이 안 맞았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도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안 뒤에 모든 비밀이 풀린 것 같았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불안과 공포와 외로움과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고 그것이 저를 괴롭게 한 우울감의 근원이었다. 이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왜 이럴까'하는 고민이 정말 나를 힘들게 했는데 내가 생명체가 됐을 때부터 이런 불안과 공포가 있었던 거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제가 저를 많이 위로했다. '네가 태어나서 진짜 꼭 할일이 있어서 신이 너를 살린 것이다'라고.
 
어떻게 혼자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나.
 
보통의 경우에 우울감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뭐라 하는가. '네가 너무 심각해서 그런 거야.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라고 많이들 말한다. 이건 정말 잘못된 충고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싶고 상처받고 싶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자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화가 나는 것이 이 병이다.
저는 제 우울의 근원을 찾는 과정에서 글쓰기를 통해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했다. '뭐가 또 힘들어?', '왜 불안해?' 그렇게 스스로 묻고 답하고 이 과정을 글로 적다 보니 자신의 마음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더라. 그래서 그 과정을 저 혼자 3년 동안 계속했다.
마음이야 말로 자신이 평생 친하게 잘 지내야 하는 소중한 친구다. 그런데 우리는 제일 중요한 내 마음은 돌보지 않고 남 하고만 잘지내야 한다고 강요받고 애 쓴다. 내 감정을 지혜롭게 이기적으로 사용하면서 내 마음과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한다.
 
우울감과 정면으로 맞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울감에서 해방되고 싶다라고 본격적인 마음을 먹었을 때가 서른셋 됐을 때다. 그 때부터 심리학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유명하다는 신경정신과에 가서 약물의 도움도 받아봤고 상담센터도 정말 많이 다녔다. 그러나 낫지를 않았다. 그때 깨달은 것이 정말 힘든 사람은 누구에든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는 것과 상대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말이 잘 안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먹게 된 것이 내가 내 병도 고치고 나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도움을 줘보자하는 결심이었다.
 
미혼모들과 재소자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하다.
 
박사과정 때 운 좋게 독일 학술연구처에서 장학생 연구원으로 선발됐다. 학기 중에는 한국에서 방학은 독일에서 보냈는데 그 곳에서 입양된 한국인들을 만나게 됐다. 충격적인 것은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너무 찾고 싶다고. 저더러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미혼모들을 만나게 됐다.
미혼모들은 매우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불량 청소년이 길거리에서 임신하는 것은 20%도 안 된다. 나머지는 정말 결혼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하고는 상황에서 들어선 아이를 선택한,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미혼모 상담을 하다가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까'라고 생각했다. 미혼모나 그 아이가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남자들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혼모들에게 아이 아빠는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교도소에 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라. 그렇게 재소자를 상대로 강의를 하게 됐다. 세상은 모두 연결돼 있다.
 
매우 치열하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고 있다.
 
어느 땐가 저도 '나는 정말 고생 많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왜 자꾸 나한테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이것이 제게 가장 큰 아픔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저의 가장 좋은 콘텐츠가 됐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그냥 희생만 하는 봉사가 아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제 우울증이 낫다. 삶이 모두 그렇다. 내 삶만 보면 누구나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의미가 없다. 그런데 주변으로 눈을 돌리니까 저도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겠더라. ‘내가 가치가 있구나.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 순간 평생 저를 괴롭혔던 우울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제가 얻은 것이 훨씬 많다. 그래서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 저는 제1처방으로 자원봉사를 권한다. 정말 좋아진다. 한번만 봉사를 가보시면 안다.
 
지난 910일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전문가로서 자살은 어떻게 예방해야 한다고 보는가.
 
자살의 70% 정도는 충동적 자살이다. 너무 힘든 날 혼자 있을 때. 충동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내일을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진다. 그 순간에 죽자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충동적 자살이 70%라는 것은 통계수치다. 실제 일어나는 자살의 80%는 충동적이라고 보인다.
저는 저처럼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상담한다. '자살 실패'한 사람들은 살아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은 90%가 충동적 자살 시도였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발견돼 병원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살려주세요'. 저는 충동적 자살이 그만큼 많은 것이라면 분명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자살 충동에 노출된 주위 사람들에게 죽을 각오로 살아라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한 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하는 우울증의 본질은 그 의지를 방해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고민에 귀기울여주고 그랬구나라는 이해의 반응을 그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이번에 낸 책 "마음아 넌 누구니"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대인관계와 내 마음 돌보기에 어려움을 겪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구체적인 도움을 제시하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계속 쓸 계획이다. 제가 주로 경찰대학·교정시설·공무원들 대상으로 강의해서, 일반인들을 만날 기회가 적은데 앞으로 일반인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특히 자살을 시도했거나,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마음 아픈 청소년들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하고 싶다. 
 
지난해 2월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에 출연한 더공감마음학교 박상미 대표가 영화가 주는 치유의 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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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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