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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부동산대책) 최종구 "금융권 투기적 행위 지원자 돼선 안돼"…은행장 "생각보다 강한 규제 강도"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택시장 대출 후속조치 관련 금융권 간담회' 개최
LTV 규제 강화에 임대사업자 대출 성장세 둔화 우려…"성장 모델 고민해야"
2018-09-13 17:08:54 2018-09-13 17:10:4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택은 보금자리이자 삶의 안식처로, 금융을 활용한 투기적 행위에 금융회사가 지원자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하며 고강도 대출 옥죄기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장들은 정부의 방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수익성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13일 최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대출 후속조치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부동산 규제는 주택시장을 뒤쫓아 사후적으로 금융이용을 제한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금융권의)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기수요 차단과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권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사진/백아란기자
금융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장·위성호 신한은행장·손태승 우리은행장·함영주 KEB하나은행장·김도진 기업은행장과 박철홍 농협은행 부행장 등 이 참석했으며 은행·생보·손보·저축은행·여신금융협회 등 5개 금융협회장과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5개 상호금융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주택시장 안정대책 취지에 맞게 금융권이 행정지도를 철저히 준수하고,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원활한 시행을 위해 차주의 주택보유수 변동, 대출자금 용도 점검 등 금융권의 주기적인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선 창구에서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하는 행위가 발행하지 않도록 자체 점검을 반드시 실시하고, 미진한 부분을 시정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번 대책을 계기로 가계대출과 담보대출 위주로 쏠려 있는 금융회사 영업관행을 개선하고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규제를 도입하면서 은행권은 폭풍전야에 휩싸였다. 대출 수요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여·수신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 수익도 악화될 우려가 제기돼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생각보다 규제 강도가 강한 것 같다"며 "(투기수요 근절이) 잘 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익성 감소 부분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전반적으로는 전체 여신 대비 임대업 관련 대출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LTV 강화 등은 어느 정도 예고된 사안"이라며 "일부 임대업자 등의 대출을 옥죈다고 수익이 급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은행마다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리스크를 감안해 한쪽으로만 편중되게 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대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대출에 가해지는 타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시장이 축소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며 "규제 강도가 더 커질지 어떨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번 대책의 경우 임대사업자 대출에 40%까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고 연내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117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임대사업자 대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높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5개 은행의 기업대출금은 총 531조6416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동산 및 임대업 부문 대출금은 116조7915억7200만원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임대업대출은 기업대출 내 개인사업자(소호·SOHO) 대출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7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달 전보다 2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해 2월부터 매달 2조원대 규모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8개월간 18조3000억원이 늘었다.
 
시중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규모가 28조318억4100만원(이하 3월말 기준)으로 가장 많으며 KEB하나은행은 27조2034억원, 국민은행은 25조7787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20조7485억원, 15조291억원으로 조사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향후 기준금리의 변화나 정책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은행 존폐를 좌우할 만큼의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여신 부문에 대한 규제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은행이 새로운 성장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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