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한이 9일 오전 정권수립(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비교적 조용히 진행했다. 최근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감안한 듯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9·9절 행사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9·9절을 계기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됐다. 관영매체를 통한 생중계는 없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험로를 걷던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경축 열병식을 생중계했으나, 올해 2월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은 당일 오후 녹화 중계했다.
이날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않고 ICBM을 선보이지 않은 것도 특이할 만하다. 올해 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도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방북한 우리 측 특별사절단에게 밝힌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용의’ 방침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북한전문매체 미국 NK뉴스는 트위터 계정에서 북한이 열병식에 중거리미사일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열병식 취재를 위해 방북한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열병식에서) 김정은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리플리 기자에 따르면 김영남은 행사장에 모인 군인들에게 전쟁을 준비해야 하며 여기에는 ‘경제개발을 위한 전투’도 포함된다고 연설했다. 예년과 달리 북한의 핵 역량을 과시하는 내용은 없었다. 주변국에 불필요한 자극을 삼가는 한편 자국 인민들에게 사상대국·군사대국을 거쳐 경제대국 실현을 위해 노력 중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 노동신문은 이날 ‘위대한 인민의 나라, 우리 공화국의 앞길에는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이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국이 경제강국으로 되는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5월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중간지점에 이른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개발 방침을 나타낸 것이다. 노동신문은 “우리 인민은 제국주의 노예가 되지 않고, 고난의 행군과 같은 처절한 시련도 겪지 않으며, 가장 존엄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가지게 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강국건설 위업완성의 지름길을 밝혀주시고 그 실현을 위한 투쟁을 확신있게 이끌어나가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열병식에는 중국 권력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리잔수 위원장의 방북에는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도 동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북측에 보낸 축하전문에서 “중국당과 정부는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으며 중조 관계를 훌륭하게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 북중 정상이 세 차례 회동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관계 발전에 노력하자고도 언급했다.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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